정수장학회 강제 헌납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부산고법이 최근 ‘국가가 고(故) 김지태 씨에게 강압적으로 재산을 헌납하도록 위협했다’고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하지만 부산고법 역시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과 같이 시효를 문제로 삼아 김씨 유족 패소 판결을 내렸다.

부산고법 민사합의5부(부장판사 윤인태)는 김씨의 유족들이 “부산 해운대구 등의 부동산이 강제로 정수장학회에 넘어갔으니, 땅을 돌려달라”고 주장하며 국가와 부산일보를 상대로 낸 진정명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 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문제의 땅 1만5000여㎡는 김씨가 장학회 설립을 위해 본인 등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가 1962년 언론사 주식과 함께 소유권이 넘어간 땅이다.

재판부는 “군사혁명정부 아래 억압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고 김지태 씨가 중앙정보부의 구속 수사를 받고 있었을 뿐 아니라 형사재판에서 중형 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돼 있었을 것”이라며 “중앙정보부가 토지를 증여하지 않으면 고 김지태 씨 등에게 해를 끼칠 것처럼 위협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 김지태 씨가 강박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