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이 '위기의 시대'를 맞았다.

야후코리아가 올해 말까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포털업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남 이야기가 아니다"란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KTH가 포털 파란 서비스를 종료함에 따라 올해에만 대형 포털 2개가 문을 닫게 됐다.

야후코리아는 1997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00년대 초 국내 포털 1위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네이버, 다음 등 한국 토종 포털에 점차 밀리더니 최근에는 국내 점유율이 0.2%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확산이 가져온 '모바일 서비스 바람'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털사들은 최근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빨리, 더 빨리 변해야 산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야후가 된다"며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다음도 불안하다"

네이버와 다음의 카페, 블로그 이야기를 하는 대신 페이스북, 트위터를 논하는 시대로 바뀐 뒤 최근에는 카카오스토리, 애니팡이 대세로 떠올랐다. 불과 2, 3년 사이에 일어난 시장 판도 변화다. 포털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웹(Web)에서 모바일로 IT(정보통신)의 중심 축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변화 주기는 더 빨라졌다.

이에 따라 이들의 '새로운 입지 다지기 및 늘리기'가 또다른 과제가 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KTH는 포털 사업을 아예 접고 모바일 회사로 탈바꿈한 경우. 이달 10일 국내 최초로 기업용 앱스토어 구축 플랫폼 '앱스플랜트'를 출시하면서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털 업계는 변화 주기가 워낙 빨라 1등도 안심할 수 없는 시장" 이라며 "최근에는 스마트 기기의 확산과 해외 및 국내 SNS 기업들의 선전으로 포털사들은 근래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광고 시장은 양보 못 해!"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역시 모바일 성적표는 낙제 수준이다. 모바일 서비스에 일찌감치 진출했지만 경쟁사에 밀린 탓이다.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 마이피플은 카카오톡과 NHN '라인'을 따라잡지 못했다. 또 비교적 폐쇄적인 성격의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 '캠프'도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다.

다음은 이를 광고플랫폼으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다음은 지난 19일 국내 포털로는 처음으로 PC, 모바일에 기반한 통합 네트워크 광고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검색광고 업체인 오버추어코리아와의 검색 광고 대행 계약이 만료되는 2013년부터 다음이 자체 광고를 운영한다.

단계별로 초기에는 광고주와 파트너사들이 불편이 없도록 시스템을 안정화한 뒤 광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통합 네트워크 광고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검색광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매출 증가를 이뤄낼 예정.

다음은 이미 2010년 말부터 모바일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광고인 '아담'을 운영하면서 현재 모바일 광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의 '선택과 집중'이 광고로 낙점된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다음의 행보와 관련, "모바일 분야를 선점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다음이 네이버 등에 밀리자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는 같은 일을 번복하지 않기 위해 독기를 품었다"고 분석했다.

◆SK컴즈, "경영 혁신 위한 희망퇴직 실시"

국내 포털 3위 네이트와 토종 SNS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 역시 모바일 서비스에 '늦장 대응'하며 위기에 처한 경우다. SK컴즈는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회사 인트라넷에 이같은 공지를 내고 전체 사원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SK컴즈가 '희망퇴직'이란 카드를 꺼내든 데엔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SNS에 '국내 대표 SNS' 자리를 내준 타격이 컸다. 지난달에는 모바일에 최적화시킨 싸이월드 새 버전을 공개하며 가수 싸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지만 과거의 '왕좌' 자리를 탈환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SK컴즈 관계자는 "인터넷 쪽 경영환경이 전반적으로 어렵다" 며 "서비스 포트폴리오에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올 연말부터 SNS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역시 '논란의 핵심'이었던 뉴스캐스트에 칼을 댔다. NHN은 지난 19일 이같은 개편 내용을 공개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낚시성, 선정적 기사 노출을 줄이기 위해 언론사들의 기사를 첫 화면에 노출하는 대신 사용자들이 언론사를 선택해 기사를 볼 수 있도록 '안전망'을 마련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개편 내용을 공개함에 따라 네이버에 쏠린 시선을 부드럽게 만드려는 네이버식 '위기 대응법'"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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