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차세대 정보시스템의 규모가 커지면서 신규 정보시스템에 대한 위험관리 문제가 주요한 경영의사결정 문제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도 경영정보시스템 또는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일찍이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이론과 기법들이 제시돼 왔다. 하지만 시스템 개발주기의 마지막 단계인 이행단계 때 봉착하게 되는 ‘우리 회사의 신규 정보시스템을 예정일에 오픈할 수 있을 것인가’ ‘언제 오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학계에서 아직까지 명쾌하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국민대 비즈니스IT전문대학원의 정천수 박사, 안현철, 정승렬 교수 연구팀(이하 국민대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컷오버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라고 이름 붙인 새 판단기준 틀과 지표들을 제안했다. 여기서 ‘컷오버(cutover)’란 기존에 운영되던 정보시스템을 완전히 중단시키고, 새로 구축된 정보시스템을 본격 오픈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대 팀은 컷오버 의사결정 기준으로 △시스템이 제공해야 하는 기능 측면에서의 완성도와 더불어 △비기능 완성도 △이행 리허설 완성도 등 총 세 가지 관점의 기준을 제시했다. 먼저 기능 완성도 지표는 요구사항 반영률, 프로그램 기능 완성도, 대내외 연계 완성도 등 시스템의 업무적·기능적 완성도를 검토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도 비교적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지표들이다.

두 번째는 기능 외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견고하고 안정성 있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비기능 완성도)이다. 국민대 팀은 논문에서 컷오버 의사결정을 내리고자 할 때 단순히 개발된 기능이 모두 동작하는지만 확인해서는 곤란하며, 처리시간이나 가용성 측면에서 사용자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지 보다 세심한 점검이 필요함을 주문했다.

세 번째는 이행을 위한 사전 리허설의 완성도에 대한 점검이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이미 많은 기업들이 정보시스템 오픈 직전에 수행되는 리허설 결과를 컷오버 의사결정의 주요 지표로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리허설 시나리오가 충분히 현실 상황을 반영하도록 설계돼 있었는지, 추가로 개선하거나 보완했어야 할 리허설 대상은 없었는지에 대한 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는 점을 지적했다. 때문에 리허설 결과는 물론, 리허설 자체에 대한 수준 및 성과평가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비로소 안전한 컷오버가 이뤄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국민대 팀은 논문에서 제안된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국내 D은행의 차세대 정보시스템 도입 과정에 적용, 안정적으로 컷오버가 이뤄지는지 그 효과를 검증했다. 연구팀은 D은행의 차세대 정보시스템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동작하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의사결정지표로 제안된 프레임워크에 따라 기능완성도 지표 30개, 비기능 완성도 지표 19개, 이행리허설 지표 11개 등 총 60개의 선행지표들을 선정하고, 이 지표들을 토대로 컷오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D은행에서는 총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테스트과정 동안 해당 지표들을 집중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했다. 미진한 성과를 보이는 의사결정지표가 발견되면 그에 대한 만회계획을 세우고 이를 빠르게 집행, 신속하게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마지막 테스트까지 모두 끝난 시점에는 3개 지표를 제외한 모든 의사결정지표가 사전에 정한 목표를 모두 충족한 상태에 이르게 됐다.

이 시점에서 D은행의 정보담당임원(CIO·Chief Information Officer)과 컷오버 의사결정자는 남은 기간 인력조정을 통해 해당 지표의 완성도를 목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조건으로 컷오버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허가했다. 최종 컷오버 10일 전까지 부족했던 3개의 지표에 대한 보완까지 모두 완벽하게 마친 D은행은 예정된 기일에 성공적으로 컷오버를 수행할 수 있었다. 새로운 정보시스템에 대한 실제 사용자들의 만족도 역시 적정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대 팀의 연구 결과는 대규모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각종 위험요인들을 다각도에서 균형 있게 고려한 이행단계의 매뉴얼을 준비하고, 그 매뉴얼에 의거해 신중하게 컷오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연구에서 사례로 다루고 있는 금융산업은 시스템의 규모와 복잡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고, 인터넷 뱅킹 등 새로운 정보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들이 고객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고려할 때 보다 세심한 고민을 통해 컷오버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