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시밀러(similar)는 시밀러다
장밋빛 전망들이 마구 쏟아진다. 전 세계 관절염 시장 장악이 눈앞에 다가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세계 제약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찬사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램시마 말고도 7개 업체 8개 바이오시밀러가 개발단계에 있다. 현재까지 의약품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EU(13개), 일본(2개) 등 15개다. 식약청 승인이 잇따르면 우리가 금방이라도 선두주자가 될 분위기다.
식양청 승인은 곧 성공?
해당 업체가 낙관적 기대를 피력하는 거야 이상할 것도 없다. 그렇더라도 식약청 승인을 바로 시장 성공으로 간주하다시피하는 건 너무 나갔다. 바이오시밀러는 화학적으로 합성된 일반 복제약과 다르다. 특성상 오리지널과 똑같은 바이오 복제약은 나올 수 없다. 그래서 시밀러(similar)란 말이 붙는다. 오리지널과 효능이 동일하다는, 이른바 ‘동등성’을 완전히 입증하기도 어려워 허가 이후에도 수용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극단적으로 의사와 환자가 못 믿겠다면 그만이다. 오리지널보다 싸다는 것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고 품질로 경쟁해야 하는 것도 변수다.
EU, 일본과는 또 다른 게 미국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제일 많다. 오리지널 약이 있는데 굳이 복제약을 만들 필요가 없고, 그래서 미국이 바이오시밀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물론 바이오시밀러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오리지널이 비싼 상황에서 선진국들이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가 오로지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싼 약으로만 가겠다고 할지는 의문이다. 그것도 국민건강이 걸린 문제다. 새로운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약가를 무조건 싸게만 하는 게 능사도 아니다. 바이오시밀러만 해도 동등성 입증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무턱대고 약가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싼 약값만 외치면 제약산업 자체가 죽고 말 수도 있다.
정권 과욕이 화 부를 수도
이명박 정부 들어 바이오의약품 진흥의 총대를 멘 게 식약청이다. 제약협회, 바이오산업협회 등이 멀쩡히 있는데도 굳이 식약청 산하에 바이오의약품협회를 만들었다. 안전규제기관 밑에 승인받아야 할 기업들을 끌어다 놓은 것이다. 그것도 전직의 자리 마련용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내세우는 취지야 늘 좋다. 민·관 협력으로 바이오의약품을 키운다는 거다. 이번 바이오시밀러 승인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규제기관의 전향적 역할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다음 글로벌로 가자는 전략이다. 좋게 보면 좋은 일이다.
문제는 조바심, 무리수 등과 결합되는 경우다. 이럴 땐 꼭 사고가 터진다. 지금까지 바이오다, 제약이다 해서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왜 나오는 게 없냐는 압박감에 짓눌린 정부다. 그 압박감이 뭔가 보여주겠다는 정권의 과욕과 맞물리면 위험해진다. 황우석 사태가 바로 그랬다. 최근의 줄기세포 붐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그 자체가 새로운 시장이자 바이오신약으로 갈 징검다리라는 바이오시밀러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산업일수록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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