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다! 휴대폰 가격의 미스터리] 싸게 구매하는 4대 원칙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휴대폰 판매점을 현충일인 지난 6일 찾았다. “지금 쓰고 있는 3G 스마트폰을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싶다”며 직원에게 상담을 청했다. “아이폰4S를 쓰고 있는데 번호이동을 하지 않고 갤럭시노트를 사고 싶다”고 하자 이 직원은 두꺼운 파일북을 꺼내고는 복잡한 표를 펼쳤다. 계산기를 몇 번 두드리더니 “2년 동안 6만2000원짜리 요금제를 쓰면 한 달에 7만1730원만 내면 된다”고 답했다. 건너편 가게에 들어가 똑같은 조건으로 묻자 “한 달에 7만9200원씩 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동일한 기기, 동일한 요금제로 바꾸는데도 매달 내야 하는 돈이 7470원 차이가 났다. 24개월이면 이 차이는 17만9280원으로 늘어난다.

(1) 점포마다 가격 천차만별

사람들이 휴대폰을 살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가지’를 쓰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직접 서울시내 각 지역의 휴대폰 판매점을 찾아다녔지만 가격이 왜 그렇게 정해지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얼마짜리 요금제를 일정 기간 쓰면 휴대폰은 공짜’라는 설명이 거의 전부였다. 할부금을 포함해 고객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알려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마음에 드는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왕도(王道)’는 없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인터넷 온라인매장은 물론 직영 대리점과 여러 통신사 휴대폰을 파는 일반 판매점 등 이곳저곳 알아보고 나서 사는 것이 유리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은 가격대가 다르다.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편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 뽐뿌(www.ppomppu.co.kr)나 세티즌(www.cetizen.com)과 같은 웹사이트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매장에서 직접 휴대폰을 구입하는 고객은 적다. 직접 제품을 확인하고 판매사원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본 뒤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휴대폰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99%”라고 말했다.

(2) 직영점과 판매점을 구분하라

직영점은 이동통신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간판에 ‘직영점’이라고 써 있다. 이통사의 판매정책에 따라 휴대폰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점포가 자의적으로 가격을 바꾸기 어렵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지급 상한으로 정한 27만원을 준수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사업자는 하나의 통신사에 소속된 ‘대리점’과 여러 통신사 제품을 취급하는 ‘판매점’이 있다. 대리점과 판매점의 가격은 다양하다. 직영점보다 싼 값에 팔기도 하고, 비싸게 팔기도 한다.

일부 대리점은 직영점이 아닌데도 간판에 ‘직영점’이라고 써붙여 놓기도 한다. 꼼꼼히 확인하려면 점주에게 ‘본사가 운영하는 점포인가’를 물어보는 것이 좋다.

휴대폰을 싸게 사려면 ‘박리다매’를 하는 점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박리다매 점포는 통상 목이 좋은 곳에 있고 직원 수가 많다. 매장 규모도 크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한 대리점은 대당 10만원 정도 남기고 매달 300대가량을 판다. 서울 신촌의 한 대리점은 한 달에 150대가량 팔지만 평균 마진을 20만원 정도 가져간다. 휴대폰을 많이 팔면 통신사에서 추가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좋은 조건으로 물량을 많이 떠안았다가 다 팔지 못해 ‘떨이’를 하는 곳도 있다.

(3) 할부원금을 확인하라

가격 재량이 많은 판매점에 가면 ‘아는 체’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기면 ‘호갱님(호구 고객님의 발음을 소리나는 대로 불러 줄인 말)’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휴대폰 업계 전문가들은 ‘바가지를 쓰지 않고 값싸게 사려면 할부원금이 얼마인지 확인하라’고 말한다. 할부원금은 판매점들이 쓰는 용어로 약정 기간 고객이 휴대폰 기기값으로 매달 부담해야 하는 돈(통신요금 제외)의 합계액이다. 매달 받아보는 요금 명세서에 ‘단말기 대금’이라고 표시된 금액이다. 판매점 직원에게 할부원금이 얼마냐고 캐물으면 ‘여러 군데 둘러보고 오거나 휴대폰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자기들이 제시할 수 있는 최저 가격을 얘기하는 사례가 많다.

휴대폰 구입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을 이용해도 된다. ‘zeroad’라는 개발자가 만든 ‘호갱프로텍터’는 가입할 통신사, 구입하려는 스마트폰, 요금제, 약정 기간 등을 입력하면 매달 사용자가 실제로 내는 요금의 추정치를 알려준다.

(4) 제조사·통신사 ‘미는 폰’을 선택하라

제조업체나 통신사가 전략적으로 판매를 늘리려는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값싸게 휴대폰을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재고뿐만 아니라 신모델도 값싸게 나오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하지만 값싸게 나오는 모델은 인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제품들이다. 유행이나 브랜드를 따라가지 않고 기능 위주로 제품을 선택하려면 판매점에 가서 ‘좋은 조건으로 나온 휴대폰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된다. 통신사마다 전략적으로 미는 폰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여러 곳에 들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이승우/김보영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