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효진 "배꼽잡는 연애…남성판 '브리짓 존스'죠"
공효진(32)은 지난해 방송 드라마 ‘최고의 사랑’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톱스타 독고진(차승원)의 사랑을 얻으며 대중의 시선을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돌려세운 구애정 역이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로맨스 영화 ‘러브픽션’(감독 전계수)의 이희진역도 마찬가지. 한 남자의 영혼을 장악해 온갖 의심과 질투로 번민하게 만들었다.

공효진은 하정우와 감칠맛 나는 대사와 몸짓으로 연애사건을 펼치며 폭소를 자아낸다. 22일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시사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너무 리얼해서 통쾌하다고들 얘기해요. 10년도 더 된 얘기를 끄집어내는 남자에게 ‘너는 31번째였어’라고 쏘아붙인 대목이 한 예죠. 사랑에 대해 보고 싶은 것만 나열하는 여느 로맨틱코미디와 달라요. 여자들이 보기 싫은 ‘불편한 진실’도 들춰내니까요. 남녀가 보정 속옷을 입었거나 ‘볼일’을 보는 모습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어요. 한마디로 한국의 남성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죠.”

줄거리는 단순하다. 연애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은 첫눈에 희진의 포로가 돼 깊이 사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단점들이 거슬린다. 남다른 취미, 특이한 식성, 과거에 대한 추문 등. 그녀가 겨드랑이 털을 깎지 않는다는 것조차 신경이 쓰인다.

“철저하게 남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요. 여기서 제가 취할 게 무엇일까를 생각한 뒤 감독에게 솔직하게 얘기했죠. 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달라고요. 저 여자라면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팬들의 반응은 상상했던 것과 다른 대목에서 나왔다. “‘겨털’이 나오는 순간의 이희진이 가장 사랑스럽다는 거예요. 여기서 저는 ‘겨털’이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길렀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쁜 여자가 기르면 매력적인 거죠. 앤젤리나 졸리가 기르면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줬을 거예요. 찰나의 장면이 캐릭터에 대한 인상을 좌우해요.”

‘겨털’은 남들의 시선과 타협하지 않는 이희진의 성격을 대변한다고 했다. 이희진은 남들의 시선으로 이미지 손상을 입었던 구애정과는 다르다.

“소신대로 사는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쇼트커트로 머리를 잘랐어요. 단정하고 의지가 강하게 보이려고요. 또 빨간 립스틱을 고수했고요. 한 여성 PD가 1년 내내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을 보니까 뚝심 있어 보이더라고요. 복장은 처음에는 블라우스와 스커트 차림의 정장으로 깐깐함을 드러냈다가 데이트를 하면서 프리랜서처럼 분방한 옷으로 바꿨어요.”

그의 극중 대사가 귓전에 생생하다. “사람들은 오해를 해명하다가 쓸쓸히 죽어가는 것 같아. 로미오와 줄리엣도 오해한 거지, 이해한 건 아니잖아”도 그중 하나다.

“제 생각을 상대방이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게 어쩌면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는 결국 혼자뿐이란 것을 영화는 알려줘요.”

결혼 계획도 현재로선 세운 게 없다. “제가 독신주의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 또래들은 다 독신주의자예요. (결혼은) 안 할 수도 있어요. 지금 저에게 흥미로운 것은 일이에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경험이 필요한데 제 나이에 맞는 수많은 경험을 피해가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어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죠. 많은 배우들이 바쁘게 살다 보니 사람들을 관찰하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만 같아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