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도부 경선의 가장 큰 특징은 친노의 화려한 부활이다. 한명숙, 문성근 후보가 나란히 1~2위에 올라 한때 ‘멸문지화’를 당했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몰락했던 친노 세력이 당의 전면에 선 것이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을 만들었던 문 후보는 선거 막판 맹추격전을 벌이며 전당대회 막판 선거 판도를 흔들었다. 뒷심 부족으로 한 후보를 제치지는 못했지만 정치 신인이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문 후보는 ‘국민의명령’을 설립해 지난 1년6개월 동안 야권 통합을 통한 정권교체를 주장해왔다. 야권 통합 과정에서 시민통합당 측 협상 대표로 나서 통합을 이끌었다. 개표 결과 문 후보는 39세 이하 ‘2030’ 일반 시민 투표자로부터 한명숙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시민통합당 몫으로 배정된 8500명의 대의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대역전극을 기대하는 전망도 있었으나 실제 대의원 투표에서는 3218표를 얻어 3위에 그쳤다.

대의원 투표에서는 오히려 이인영 후보가 3648표를 얻어 2위를 기록하는 파란을 연출하며 ‘486그룹’의 대표 주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4월 총선 ‘대구 출마’라는 배수진을 친 김부겸 후보의 신임 지도부 입성도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그동안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김 후보는 야당의 불모지 출마에 대한 진정성으로 표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영남권과 3선을 지낸 경기도 유권자들이 김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박영선 후보는 모바일 시민 투표의 최대 수혜를 누리며 한 대표와 함께 여성 지도부 시대를 열었다. 당초 유력 당 대표로 거론됐던 박지원 후보는 모바일 투표와 대의원 투표에서 중하위권 득표율을 기록하며 4위에 그쳤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