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부산비엔날레 예산 40억으로 경제효과 1000억 달성할 겁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시간을 쪼개고 쪼개 활용합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으로 바쁘지만 미술과 더불어 멋지게 살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올해로 세 번째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두식 홍익대 교수(64)는 “우리 화단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한 때”라며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미술문화는 국가, 도시, 기업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했다.

환갑이 훨씬 지났지만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 위원장의 올해 목표는 부산비엔날레의 성공적인 개최다. 그는 국내외의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부산의 도시 경쟁력과 이미지를 높여왔다. 2010년 부산비엔날레에 관람객 70만명을 불러 모아 5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비엔날레 총예산은 40억원 정도입니다. 광주비엔날레(90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요. 기업인, 친구, 동호회 등 인맥을 총동원해 후원금 20억원과 관람객 100만명을 모아 1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달성할 겁니다.”

그의 비엔날레 전략은 의외로 단순명쾌하다. 통(通)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배움위원회(Learning Council)’를 설립했다. 작가(기획자)와 관람객이 공통의 관심에 대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소통하는 열린 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뜻에서다. 올해 전시 주제를 ‘배움의 정원’으로 정한 것도 기획자와 작가가 보여주는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전시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통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겸손이다. 그는 “미술계에서는 땅에 코를 박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관과 화랑, 컬렉터에게 끊임없이 몸을 낮추고 기획자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 현장에서 작가와 관람객의 소통을 대변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21세기는 미술문화가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변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입니다. 미술을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유망한 아티스트 육성과 과감한 투자, 선진화된 시스템을 동시에 갖춰야 합니다.”

미술문화의 선진화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한국도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처럼 유명한 아티스트를 육성해 국가 브랜드로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을 비롯해 프랑스 퐁피두센터, 영국 테이트모던 등 대형 미술관들이 연간 2조원의 예산을 들여가며 다양한 미술문화를 보여주고 자국의 상품 이미지를 높인다는 얘기다.

“훌륭한 큐레이터를 육성해 한국 현대미술도 K팝처럼 해외 진출의 지평을 넓혀가야 할 때입니다. 한국인들은 예술적인 재능을 갖고 있거든요. 국가적인 차원에서 미국 유럽에서 전람회를 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하고요. 앞으로 5년간 한국 현대미술에 집중 투자하면 K팝처럼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겁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예산의 20분의 1만 투자해도 우리 미술이 세계 시장을 누빌 거예요.”

한때 신성일 윤정희가 출연한 영화의 미술감독을 했던 그는 새해에는 수출 1조달러를 달성한 경제 규모에 걸맞은 한국 현대미술 의 위상을 정립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시장이 지난 3~4년간 침체에 빠지면서 전업 작가의 30% 이상이 극빈층으로 전락했습니다. 당장 정부는 그림을 구입해주는 ‘아트뱅크’ 예산을 늘려야 하고, 크고 작은 아트페어(미술 5일장)도 열어 작가에게 작품 판매 기회를 줘야 합니다.”

평생 ‘긍정의 마인드’로 살아왔다는 그는 오는 9일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11 자랑스런 홍익인상’을 받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