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미인대회서 62위 굴욕
모나리자는 미인일까 아닐까. 최근 이탈리아의 사회투자연구원(CENSIS)이 자국 미술이론가와 페이스북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미스 이탈리안 아트’ 선발대회에서 이 세기의 명화 속 주인공은 뜻밖에도 62위에 머무는 굴욕을 당했다.

명작 속에 등장한 여인들을 후보로 이탈리아 최고의 미인을 뽑은 결과 1위의 영예는 나폴레옹의 누이를 모델로 한 조각 ‘파올리나 보나파르트 보르게세’가 차지했다. 20년 동안 애인을 30명이나 갈아치운 이 희대의 바람둥이 여인을 신고전주의 조각가인 안토니오 카노바는 상반신을 드러낸 채 옆으로 누운 비너스의 모습으로 우아하고 ‘정숙하게’ 묘사했다.

2위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아프로디테 칼리피고스’가 차지했다. 페플로스라는 고대 의상 뒤로 드러난 환상적 뒤태가 압권인 이 작품은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파올리나’와 마지막까지 미의 여왕 자리를 놓고 겨뤘다. 3위는 물가에서 매혹적인 신체를 드러낸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오달리스크’, 4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헝클어진 머리의 여인’이 차지했다.

모나리자가 62위로 중하위권에 머문 사실은 충격이다. 리사 게라르디니라는 인물로 알려진 이 명화 속 여인은 최근 피렌체에서 묘지가 발굴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미인 인증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관능미보다는 우아미에 높은 점수를 주는 여성 네티즌조차 모나리자에게 차가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작품의 지명도와 미인은 별개’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10위권에 랭크된 작품 중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이 5위를 차지한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6위에 오른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정도라는 점도 이런 인식을 뒷받침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여성들은 비교적 정숙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여성상을 선호한 데 비해 남성들은 관능미 넘치는 여인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는 점이다.

미와 미인에 대한 기준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마른 체형의 관능적 미인을 선호하는 것은 최근의 현상일 뿐이다. 언젠가 모나리자가 굴욕을 씻고 상위권으로 다시 도약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