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놓고 대기업과 갈등 고조
적합업종 선정도 여전히 '진통'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정운찬)가 13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3차 선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출범 1주년이라는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이날 회의 결과는 이익공유제 도입에 반대하는 대기업 측 위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대·중소기업 간 합의라는 동반위의 명분과 취지는 전혀 살리지 못한 꼴이 됐다.

또 데스크톱PC 등 3개 품목은 이견이 커 결정을 미뤄 3차례의 선정 작업을 통해 적합업종 선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날 회의에서 대기업의 반대로 도입을 미루기로 한 이익공유제는 3월 발표하기로 한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평가와 함께 다시 과제로 남게 됐다.

대기업의 회의 불참으로 대기업과 동반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동반위가 동력을 잃고 두 과제 추진에 애로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적합업종 선정 진통 여전 = 동반위는 지난 9월 16개 품목, 지난달 25개 품목에 이어 이날 40개 가량의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동반위는 지난 5월 신청을 받은 234개 품목을 놓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해왔으며, 3차 선정 작업을 통해 모든 품목의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견이 큰 데스크톱PC 등 3개 품목은 결정을 미뤄 이같은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2차에 이어 두 차례나 결정을 미룬 데스크톱PC의 경우 공공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 배분 비율을 놓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1,2차 때에 선정된 품목 중 대-중소기업 간 합의가 불충분했던 품목들에 대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경우 동반위가 일부 대기업 사업철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대기업 측이 반발하면서 동반위에 결정을 잠정적으로 유보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레미콘 대기업들로 구성된 한국레미콘공업협회는 "동반위가 대기업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레미콘을 적합업종에 포함시켰다"며 동반위에 적합업종 선정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주장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공생발전이라는 사회적인 합의를 저버리는 이기적 태도"라며 "적합업종은 그대로 이행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적합업종 선정의 실효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선정된 업종에서 대기업들이 동반위의 권고를 제대로 지키고 있느냐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미 일부 대기업들이 권고를 벗어나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애초 동반위가 제시한 권고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이익공유제 도입 험로 예상 = 동반위가 도입을 추진하는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반위는 이익공유제를 판매수입공유제, 순이익공유제, 목표초과이익공유제로 세분화하고 이를 도입하는 대기업에 동반성장지수 산정 시 가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판매수입공유제는 원청-협력사가 판매수입을 공유하는 것이며, 순이익공유제는 수입에서 비용을 뺀 순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목표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연초 설정한 이윤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경우 그 일부를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측은 "국가 차원에서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며 도입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이익공유제는 정운찬 위원장이 동반위 출범 초부터 강하게 내세워 논란이 일었던 이슈다.

당시에도 이를 두고 동반성장의 핵심수단이라는 정 위원장과, 이미 그것을 대체할 성과공유제가 있는데다 이익공유제는 개념도 불분명한 사회주의적 접근이라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주장에 부딪히면서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졌었다.

이익공유제 도입 방안뿐 아니라 동반위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거래 관행 개선안에 대해서도 대기업 측은 반발하고 있다.

동반위는 납품 단가에 원가와 기술개발비, 협력사 인건비 상승분 등을 반영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래 관행 개선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기업은 협력사 인건비 상승분을 단가에 반영하라는 부분 등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내년 3월 발표하기로 한 동반성장지수도 발표 방식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동반위는 중소기업의 체감도 평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실적평가를 합산해 지수를 산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동반위는 지난 7-9월에 이어 내년 1-3월 체감도 평가를 마치고 대기업 실적평가도 끝낼 방침이다.

대기업들은 지수 평가 대상인 56개 기업을 점수순으로 한 줄로 세우는 것보다 상위기업만 등급으로 발표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하위 기업도 발표함으로써 동반성장 노력을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