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ELW, 효율성 살리되 검증 강화를
최근 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 거래 혐의로 기소됐던 증권회사 대표들에 대한 공판들 중에서 법원의 첫 번째 무죄 판결이 발표됐다. 초단타매매자들에게 전용선을 제공한 것을 부정한 수단 제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사건은 국내 금융 감독당국 및 거래소 측에 많은 교훈과 과제를 안겨줬다.

그 중 하나는 투자자들의 거래시장 접근 가능성과 관련된 감독규정 및 거래소 운영규정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 정보기술(IT)과 관련된 기법이 발전할수록 투자자의 거래시장 접근에 대한 편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 방법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 주요 글로벌 거래소 혹은 거래시스템들은 투자자 편의를 위해 거래소의 청산시스템이 있는 데이터센터 내에 투자자의 주문서버를 설치하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거래소들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주문 속도가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전략을 구사하는 ‘고빈도매매자(high-frequency trader)’들을 유치하기 위해서이다. 코로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거래소로의 주문 전송과 주문 결과에 대한 회신까지 걸리는 시간이 100만분의 1초, 심지어는 10억분의 1초 단위로 단축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1초 안에 수만건의 투자기회에 대한 판단을 하고 주문을 전송한 다음 이익 실현에 실패할 경우 주문을 정정 내지는 취소할 수 있게 된다. 시장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이 그만큼 짧기 때문에 실질적인 투자기회가 발생한다면 어떤 면에서는 매우 안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고빈도매매는 미국과 유럽 거래소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주식시장 전체 거래량의 50~70%, 유럽의 경우 30~40%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매도매수호가를 제공하면서 호가스프레드(매도가와 매수가의 차이)를 취하는 시장조성형 전략이다. 둘째는 수많은 상장 종목 간의 상관관계를 이용하는 차익거래성 전략이고, 세 번째 유형은 호가의 방향을 예측하고 호가 선취를 통해 이득을 보는 방향성 매매이다. 이런 전략은 시장이 고빈도 환경으로 바뀌기 이전에도 존재했던 투자 유형이다. 다만 시장 접근성이 제고된 상태에서 고빈도 양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제고된 시장 접근성과 알고리즘을 이용한 고빈도매매 확산에 따라 시장미시구조 측면에서 종전에 비해 복잡하고 미묘한 이슈들이 글로벌 거래시장 및 감독당국들 간에 야기되고 있다. 시장접근에 대한 공정성도 여러 논의 중 하나이나, 코로케이션 및 전용선 제공 서비스가 이미 범용화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서비스 접근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 한 문제시되고 있지는 않다. 더 중요한 이슈는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른 알고리즘 오작동으로 인한 다량의 주문 오류 내지는 의도적인 악성 주문의 살포 가능성이다. 이런 가능성을 사전에 통제하기 위해 해당 국가들의 금융 감독당국은 주문 유효성 검증과 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규제 및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대체거래시스템(ATS·alternative trading system)을 허용할 방침이다. ATS가 활성화될 경우 기존 거래소와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시장접근에 대해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시장 감독과 관련된 규제의 방향은 기술진보에 의한 효율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파생되는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인형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