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애플 특허침해 삼성제품 '판금결정' 유보
미국 법원이 14일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에 대한 판결을 보류했다.

이날 미 캘리포니주 산호세 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이 애플 아이패드의 의장특허를 침해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애플 역시 자사 특허들의 유효성을 입증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고 판사는 이어 "애플이 기능 특허인 '스크롤 바운싱'에 근거해 판매금지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기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지난 7월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과 갤럭시S 4G, 드로이드 차지, 인퓨즈4G 등 4가지 제품을 상대로 자사 디자인특허 3가지와 기능 특허 1가지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기능 특허 쪽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고 판사는 법정에서 갤럭시탭 10.1과 아이패드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두 제품이 둥근 모서리, 얇은 두께 등 외관상 상당히 유사하다"며 삼성전자 변호인단에게 "두개를 구분할수 있겠느냐"고 질문했다.

애플 측에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금지하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손해를 입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고 판사는 그러나 삼성전자 제품들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내릴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짓지 않았다.

결국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것은 맞지만 이 디자인(모서리가 둥글고 얇은 두께의 아이패드)이 애플의 독창적이고 독점적인 디자인인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자인 특허라는 것이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이 때문에 법원에서도 쉽게 판금 조치를 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산호세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한 반론 과정에서 "아이패드의 디자인이 애플의 독창적인 것이 아니다"며 1968년에 만들어진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이 장면에서는 우주인 2명이 태블릿PC와 비슷한 기기를 보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1분 정도 나온다. 여기에 나오는 기기는 두께가 얇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테두리가 거의 없는 디스플레이 스크린으로 이뤄져 있어 아이패드 등 현재 사용되는 태블릿PC와 유사하다는 것.

삼성전자와 애플의 가처분 소송에 대한 산호세 법원에서의 심리는 내일 재개될 예정이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을 맡고 있는 산호세 법원의 고 판사는 한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 판사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 연방 법무부 법률 보좌관과 로스앤젤레스 연방검찰 사기사건 전담반 검사 등으로 재직했다. 한때는 실리콘 밸리 지역에서 기업 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어 2008년 1월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의해 샌타클라라 카운티 판사로 임명됐고 2010년 1월 버락 오마바 미 대통령에 의해 연방판사로 지명된 뒤 그해 10월 상원 법사위 청문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해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연방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