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미술에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이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은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미디어는 미술이 럭셔리 아이템인 동시에 지위의 상징이라는 믿음을 대중에게 전파한다. "

적나라하다. '매우 고상하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겠지'하고 짐작만 할 뿐,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에겐 관심조차 없는 '그들만의 세상' 미술계에 관한 책 《걸작의 뒷모습》이다.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원제 '7일간의 미술계 탐방'에서 보듯이 미술계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분야, 즉 작가 딜러 큐레이터 비평가 컬렉터 경매사에 대해 각 하루씩 할애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현대 미술계가 어떻게 돌아가고,그 속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나아가 걸작이란 것이 어떻게 탄생되고 유통되는지를 보여준다.

첫날은 작품이 소비되는 경매장소인 뉴욕 크리스티 옥션의 이브닝 세일에 참석해 경매사와 컬렉터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숨소리를 전해준다. 이런 방식으로 모두 일곱개의 현장을 찾아간다.

4년간의 취재와 250명이 넘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는 저자는 그 방대한 배경지식 덕분인지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감히 어떤 미술사가도 큐레이터도 건드리지 못한 미술계의 뒷이야기를 누설했다"는 옮긴이의 말처럼 고매한 미술계의 고매하지 않은 뒷모습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