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국도자기 그릇세트를 구입한 새내기 주부 이경민 씨(30)는 집에 돌아와 포장을 뜯고 제품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혼수로 장만했는데 그릇 밑바닥에 '본 차이나'라고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유명한 한국 도자기 업체라 당연히 국산으로 생각했는데 '중국'(차이나)이라고 쓰여 있어 적잖이 당황했다"며 "구입처에 전화해 설명을 듣고 난 후에야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도자기업계 매장이나 콜센터에는 최근 이씨 같은 구매자들의 항의성 전화가 하루에 많게는 수십 통씩 걸려온다. "중국산인데 왜 말을 안 했느냐" "중국산이 왜 그렇게 비싸냐" 등이 요지다. 프리미엄 한국산 도자기라는 말만 듣고 큰돈을 들여 샀는데 '중국산이 웬말이냐'는 항의다.

그러나 이는 "'차이나'라는 단어가 갖는 중의성으로 생긴 오해"라는 게 업계의 해명이다. 차이나 영문 첫 글자를 대문자(China)로 쓰면 나라이름 중국을 뜻하지만 소문자(china)로 쓰면 '그릇,식기'를 의미한다. '본 차이나'의 차이나는 중국이 아닌 그릇을 의미하지만 이런 차이가 잘 안 알려져 있어 소비자들이 혼동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중국산으로 오해하는 '본 차이나'는 사실 최상급 프리미엄 도자기다. 소뼈를 태운 가루를 고령토와 섞어 구워 만든 특산 제품으로 영국이 원조다. 골회자기로도 불린다. 얇고 가볍게 만들기 쉬울 뿐만 아니라 강도는 일반 자기의 3배에 달한다. 투광성까지 좋아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도자기의 여왕'으로도 통한다. 물론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20% 이상 비싸다. 한국도자기 관계자는 "본 차이나는 강도,경도,심미성 등의 특성이 뛰어나 도자기 애호가 사이에서 각광받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며 "한국도자기는 함유량의 차이는 있지만 본 차이나만 취급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도자기 업체들은 내수용은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본 차이나'의 기준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국과 영국에서는 뼛가루(본 애쉬 · bone ash) 함유량이 30%를 넘어야 '본 차이나' 이름을 붙여 판매할 수 있다. 미국은 25%만 넘으면 된다. 한국도자기와 행남자기는 50% 이상,젠한국은 40% 이상의 본 애쉬를 함유한 본 차이나를 생산하고 있다. 함유량이 많은 만큼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다는 평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