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농산물값…소로스 곡물창고 샀다
미국에서 더블딥 우려가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농촌은 농지와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와 미국 하버드대까지 농지와 농산물 저장창고를 사들이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농촌 테마'가 부상 중이다. 옥수수 가격이 최근 1년간 69% 올라 금값 상승률을 추월하는 등 농산물값이 급등하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키로 결정,농지와 농산물에 대한 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소로스와 캐나다 투자업체 세레스글로벌애그리컬처가 공동 운영하는 투자법인 오스프레이매니지먼트가 최근 미국 와이오밍주와 캐나다 토론토에서 곡물창고를 구입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헤지펀드가 곡물에 투자할 때는 대부분 농지를 구입하고 이후 가격이 오르면 팔아버리는데 소로스는 이례적으로 창고를 사들였다"며 "농산물을 수익성이 높은 장기 투자 대상으로 봤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466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미국 헤지펀드 TIAA-CREF는 호주 브라질 북미 지역에서 농경지 투자 규모를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 펀드는 현재 24만헥타르(㏊) 농경지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헤지펀드 패스포트캐피털과 화이트박스도 최근 농경지 투자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도 학교 자금 운용의 일환으로 농경지를 사들였다고 덧붙였다.

곡물업체들도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세계 2위 곡물 메이저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는 미국 미주리주 라벨 지역에 72만부셸 규모의 곡물창고를 설립,이 지역에서 곡물 저장 규모를 3배로 늘리겠다고 지난 9일 밝혔다. ADM은 미국에서 191개(4억2000만부셸)의 저장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농경지 가격은 사상 최고로 올랐다. 시카고연방준비은행은 지난 2분기 미 중서부 농경지 가격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올라 3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도 농지값이 전년 대비 20% 상승했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현재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옥수수 12월물 가격은 부셸당 7.2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9.0% 급등했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매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금값이 온스당 1852.2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1.1% 상승한 것보다 더 큰 상승폭이다. CME에서 밀값은 부셸당 7.61달러로 5년 전의 두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작년 8월엔 러시아가 밀 수출 금지령을 내리기도 하는 등 식량부족 문제는 자원전쟁 양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