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작년 폭염 응급환자 74% 농촌서 작업중 발생

"평소 부지런한 어른이셨는데, 어제도 텃밭에서 일하시다가.."

지루한 장마 끝에 찾아온 불볕더위 때문에 충남 천안과 아산에서 밭일하던 80대 할머니 2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19일 천안시와 아산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2시10분께 천안시 성환읍 어룡리 집 인근 고추를 심은 텃밭에서 쓰러진 서모(89) 할머니가 아들(60)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전 6시께 숨졌다.

아들은 "오전 10시께 텃밭에 나가신 어머니가 점심 때가 지나도록 돌아오시지 않아 밭으로 나가보니 쓰러져 계셨다"면서 "평소에도 많은 연세에도 매우 부지런하셔서 텃밭인 고추밭에 잡초 하나 없이 가꾸셨는데 뙤약볕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 마을의 한 주민도 "오랜만에 해가 나오자 평소에도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서 할머니가 더위에도 불구하고 웃자란 잡초를 뽑으러 밭에 나가셨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같은 날 아산시 읍내동의 한 텃밭에서도 김모(84) 할머니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병원 관계자는 "이미 병원에 오기 전에 숨진 상태였다"며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두 할머니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지난 18일 천안과 아산의 낮 최고기온은 각각 영상 33.7도(오후 2시52분)와 영상 34도(오후 4시50분)에 달했다.

당시 대전 장동의 낮 최고기온이 영상 35.9도를 기록하는 등 대전충남 전역이 영상 30도를 웃돌면서 시민들이 찜통더위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열사병과 일사병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질병관리본부는 "건강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갑작스러운 더위가 있는 날과 기온이 그다지 높지 않지만, 습도가 높거나 바람이 약한 날 등은 신체상태가 더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불볕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정오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되도록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실외에서 작업하는 경우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를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고령자와 독거노인, 어린이,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무더위에 더욱 취약한 만큼 온열 질환 발생이 의심되면 즉시 응급처치를 받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응급의료기관 폭염피해조사 시스템'을 가동해 천안.아산지역에서 폭염관련 환자가 발생한 것을 가장 먼저 파악해 전국에 주의보를 내렸다.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의료기관에 폭염 관련 환자가 발생할 경우 지난해부터 팩스에 의한 서면 보고 체계를 갖추고 시범운영한 데 이어 올해 7월부터는 이를 전산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해 일선 병원에서 환자 기록을 입력하면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명피해가 난 천안.아산시도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엔 노인들의 농사일을 자제하도록 마을앰프와 가두방송,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알려 더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한편, 관내 독거노인이 불볕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독거노인 무더위 쉼터'로 지정한 경로당 523곳과 관공서 57곳, 공공기관 7곳, 금융기관 26곳, 기타 6곳 등 619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한편, 지난해 충남도내 폭염 관련 응급처치 환자는 모두 39명으로 ▲발생원인별로는 노동중 18명, 작물관리중 11명, 운동산책 4명, 기타 6명 등 농촌에서 일하던 중 발생한 환자가 74%로 나타났으며 ▲연령별로는 50대 9명, 60대 8명, 70대 9명, 80세 이상 4명으로 50대 이상이 77%를 차지했다.

(천안연합뉴스) 정태진 기자 jt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