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 김숙정 씨(29)는 최근 자신의 점심값까지 계산한 직장 동료에게 대신 디저트를 사겠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 근처 카페에 들어선 순간 곧 후회했다.

동료가 주문한 팥빙수가 점심값보다 훨씬 비싸 돈을 배로 지불해야 했기 때문.

그는 "점심으로 먹은 김치찌개가 5000원인데 팥빙수는 한 그릇에 9000원이었다"며 "어떻게 팥빙수가 밥보다 훨씬 비쌀 수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름철 대표음식인 팥빙수를 더이상 서민음식이라 부르기 힘들어졌다. 최근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파는 팥빙수 한 그릇의 가격이 9000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3월 조사된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인 5551원의 1.5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얼음과 팥이 주재료인 팥빙수가 이렇게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팥빙수로 유명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비싼 원재료'를 그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한경닷컴이 한식 디저트 요리전문가 및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프랜차이즈협회의 관계자와 공동으로 팥빙수의 원가를 분석해 본 결과, 이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팥빙수에 들어가는 식재료의 원가는 소비자가격의 15~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9000원짜리 팥빙수, 식재료 원가는 1300원 수준

이번 대형 프랜차이즈 팥빙수 원가 조사는 지난달 28일 한식 디저트 전문가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값이 9000원대에 이르며 이른바 '금(金)빙수'로 불리는 C사의 팥빙수(9000원), S사의 팥빙수(8500원), C사의 팥빙수(8900원)다.

이번 조사는 3사 팥빙수의 식재료 구성 및 함량을 파악한 후 직접제조하는 과정에서 원가가 얼마나 드는지 따져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 조사결과를 토대로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와 함께 식재료 외 기타비용의 비중을 알아보고 일반 음식점의 원가를 3사 팥빙수 원가와 비교해 봤다.

조사를 진행한 전문가에 따르면 팥빙수 식재료 중 원가 비중이 가장 큰 것은 팥으로 나타났다. 실제 프랜차이즈 팥빙수의 팥 중량은 133~280g 정도로 전체 중량의 30~64%를 차지한다.

이날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집계 발표한 국산 팥 시세를 기준으로 이들의 팥빙수에 들어간 팥 원가를 계산하면 1100~2300원 수준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팥의 중량은 설탕에 졸이는 과정에서 4배로 불어났다. 즉 좋은 품질의 국산 팥을 써도 팥빙수용 팥의 원가는 270~590원 수준인 것이다.

수입 팥으로 팥빙수를 만들 경우 팥의 원가는 국산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 한식 디저트 전문가는 "원재료 성분과 함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긴 하나 팥빙수에 들어가는 찹쌀떡과 우유 110ml의 가격도 각각 500원, 200원 이하"라고 설명했다.

전체 중량 432g에 졸인 팥 280g과 인절미 4조각, 얼음, 우유가 들어가는 9000원짜리 C사 팥빙수 원가를 따져보면 1300원 정도가 나오는 셈이다.

나머지 S사와 C사 팥빙수의 식재료 원가도 1200~1500원선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참여한 서민교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은 이에 대해 "카페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팥빙수의 원가가 20% 이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자문위원에 따르면 팥빙수의 식재료 원가는 일반 한식 메뉴의 원가 비중(42~43%)보다 2배 이상 낮은 수준이다.

인건비, 전기세 등 기타 소모비용이 통상 4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미뤄보면 프랜차이즈 업체는 팥빙수 가격을 4배나 뻥튀기한 것이라고 서 자문위원의 분석했다.

프랜차이즈 업체 "2인분 분량이라 비싼 것 아냐"

그러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9000원에 달하는 팥빙수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보통 한 그릇이 2~3인용 분량이기 때문에 객단가(1인당 결제액)로 따지면 한 사람당 3000~4500원을 내는 수준이라고 프랜차이즈 업체는 강조했다.

C사 관계자는 "한 명이 1인분을 먹기엔 양이 많아 주로 2명이 팥빙수 한 그릇을 시킨다"면서 "가격만 보고 무조건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보통 2~3사람이 즐기기에 적당한 양인 것으로 미뤄볼 때 오히려 알뜰한 가격"이라며 "팥빙수의 용량을 늘리는 등 내용물과 용기 사용에 있어 타 업체보다 월등하다"고 밝혔다.

S사의 경우 팥빙수 가격이 높다는 견해에 대해 "임대료 등 기타 비용의 비중이 크고 빙수에 손이 많이 들어가 매출이익은 낮은 편"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서 자문위원은 이에 대해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견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소비자가 팥빙수를 먹기 위해 사람수를 맞춰 와야 하는 것이냐"며 "사람수가 아니라 팥빙수 한 그릇을 기준으로 가격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자문위원은 이어 팥빙수 가격이 비싼 이유로 '프랜차이즈의 빙수 독과점형태'를 꼽았다.

최근 제과·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 팥빙수를 팔았던 동네 제과점이나 노브랜드 카페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

그는 "동네 제과점이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 예전처럼 저렴한 팥빙수를 찾기 힘들어졌다"며 "프랜차이즈 업체가 팥빙수를 독과점형태로 판매하며 가격이 껑충 뛰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