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는 한국 콘텐츠 산업] 감성 자극하는 CT의 힘…'뽀로로' 캐릭터 매출만 年 1조원
우리 문화기술(CT)로 만든 방송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는 지난해까지 110개국에 판권과 라이선스를 수출해 512억원을 벌어들였다.

프랑스에서는 시청 점유율 47%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뽀통령'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뽀로로' 경제효과 5조7000억원

[세계로 뻗는 한국 콘텐츠 산업] 감성 자극하는 CT의 힘…'뽀로로' 캐릭터 매출만 年 1조원
2003년 첫선을 보인 뽀로로의 캐릭터 상품 매출은 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제작사인 아이코닉스는 "올해 캐릭터 매출이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며 "조만간 연 매출 1조원 시대에 돌입할 전망"이라고 22일 밝혔다.

한국창조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생산 · 고용 · 부가가치 등을 포함한 뽀로로의 경제효과는 5조7000억원에 이른다. 미국의 디즈니가 1조원에 뽀로로 캐릭터를 매입하겠다고 제안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아이코닉스는 지난 4월 경기도 동탄신도시에 '뽀로로 테마파크'를 열었다. 오는 8월에는 서울 신도림동에 테마파크를 열고 장기적으로 1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최종일 대표는 "우리 CT로 만든 애니메이션 뽀로로가 테마파크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며 "도심에 소규모로 여러 개를 짓는 세계 첫 테마파크"라고 말했다.

뽀로로의 애니메이션 한류와 K팝의 유럽 점령 등 한국 콘텐츠산업의 성공 기반은 CT다. '컬처'와 '테크놀로지'의 합성어인 CT는 문화산업(콘텐츠산업)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뜻하지만 넓게는 문화산업 관련 기술과 인문사회학,디자인,예술분야의 노하우를 포함하는 의미로 통칭된다.

디지털 라이츠 매니지먼트(DRM)와 같은 디지털 저작권 보호기술이나 문화콘텐츠를 디지털 영역에서 유통하는 각종 압축 및 전송기술,서비스 관련 기술도 포함된다.

뽀로로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CT는 사람의 감성을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 디자인과 스토리텔링,그래픽 소프트웨어 툴을 다루는 지식,그림에 빛을 입히는 라이팅 작업,그림을 붙여 동영상 이미지로 만드는 렌더링 기술 등이 꼽힌다.

◆가상현실과 융 · 복합 형태로 확산

CT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전통 장르를 초월해 융 · 복합 형태와 가상현실,공연과 전시,교육 서비스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면서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영상부문에서도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에 컴퓨터그래픽(CG)과 입체영상(3D) 기술을 접목하는 게 대세다.

지난해 3D 영화 '아바타'에 이어 오는 8월에는 국내에서 만든 3D 대작 영화 '7광구'가 개봉된다.

이 영화에는 괴물을 만드는 디지털크리처 CG,캐릭터의 원활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유체시뮬레이션,입체감을 돋보이게 하는 3D기술 등이 동원됐다. CG는 흥행 영화 '괴물'과 '해운대'뿐 아니라 대부분의 상업영화에도 사용된다.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산업 중 대표적인 것이 스크린 골프다. 국산 스크린 골프는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최대 기업인 골프존은 지난해 18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크린 골프는 골프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와 골프공 측정 센서,제어 장치 등의 결합체다. 가상현실은 다른 스포츠와 방위산업의 훈련 시스템,의료분야 등으로 파급되고 있다.

가상현실과 3D영상 등을 접목한 체험형 동화구연 서비스도 등장했다. 실제 같은 풍경 속으로 어린이가 들어가 실감나는 학습을 즐길 수 있다.

공연 분야에서는 무대 배경에 활용하는 대형 터치스크린,무용수들의 안무를 담은 시뮬레이션,혼자서 사물놀이나 오케스트라 음악을 연출할 수 있는 전자악기 시스템,다른 장소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네트워크를 이용해 동시에 협연하는 텔레매틱스 등 신기술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미술 분야에서도 감지기술 등을 접목해 움직이는 그림을 삽입한 키네틱 아트 등이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 예산 0.16% 불과…투자 늘려야

시장조사기관인 PwC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1조3200억달러로 자동차(1조2000억달러)와 IT(8000억달러)를 추월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분야 예산은 4868억원으로 국가 전체 예산의 0.16%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CT 연구 · 개발(R&D) 예산은 744억원으로 전체 R&D 예산의 0.6%에 그친다. 독자적인 국책 연구원도 없다. 정부가 CT를 6대 국가핵심기술로 선정한 게 무색할 정도다.

'뽀로로'는 탄생 과정에서 문화부로부터 6억원을 지원받아 오늘날의 성과를 이룩했다.

고정민 창조산업연구소장(홍익대 교수)은 "CT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가재정 시스템이 경직돼 있어 재정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콘텐츠 분야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