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동에 사는 이모씨(58)는 강남 일대에 오피스텔 4실을 갖고 있다. 100억원대 자산가인 이씨는 최근 한화건설이 문정동에서 분양한 '송파 한화 오벨리스크'에서 소형 평형 1실이 당첨돼 바로 계약한 데 이어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미분양 1실도 사들였다. 이씨는 연간 수익률 6%대인 오피스텔을 사들여 임대수익을 늘리면서 대학생 아들에게 넘겨주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강남 오피스텔 불패 신화

강남권에서 분양되는 오피스텔들은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공급이 없었던 강남역 일대에서 지난해 6월 LIG건설의 '강남역 LIG리가 스퀘어'를 시작으로 '효성 인텔리안','서희 스타힐스','강남역 아이파크 1 · 2차' 등이 쏟아졌다. 이들 단지는 강남역이라는 핵심 상권과 풍부한 임대수요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분양됐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의 경우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다 시세차익을 얻기 힘들어지면서 강남 부자들이 환금성과 임대수요가 뒷받침되는 강남권 오피스텔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파 오벨리스크는 강남권에 속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송파 끝자락이어서 강남 투자자들이 계약에 나설지 미지수였다. 100% 계약된 이 오피스텔의 계약자들은 거주지 기준으로 서울이 78%로 가장 높았고 경기도가 16%였다. 서울에서는 송파(52%) 강남(15%) 서초(5%) 강동(5%) 등 강남권이 대다수였다. 경기도 계약자의 70% 정도는 분당 거주자였다.

한화건설은 전용 기준 23~76㎡ 1533실 중 94.5%인 1448실을 소형(23~29㎡)으로 구성했다. 소형의 분양가는 3.3㎡ 당 평균 1090만원,총액으로 1억6000만~2억원500만원이다. 2억원 이하로 강남권에 소형 오피스텔을 가진다는 게 강남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강남 부자의 관심은 수익형 부동산

강남 부자들은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우는 주식보다 '눈에 보이는' 부동산에 관심이 더 높은 편이다. 부동산 중에서도 정책적 불확실성이 높고 시세차익 얻기가 힘든 재건축 · 신규분양 아파트보다 임대 수익을 얻는 수익형 부동산이 화두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을 수익형 부동산을 통해 보전받기 위한 움직임이다.

다음달 말께 송파 오벨리스크 인근에 중소형 오피스텔 1000여실을 분양할 예정인 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에는 벌써부터 문의가 몰리고 있다. 분양대행사 미소나눔의 이권우 분양팀장은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강남 투자자들이 도시형 생활주택과 소형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뛰어들기 시작했다"며 "임대사업과 증여의 수단으로 2억원 이하의 소형 주거시설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찬혁 한국자산신탁 기획팀장은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을 웃돌고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 성장성 꼼꼼히 따져

강남 부자들은 부동산 상품을 분양받을 때 단지 구성과 분양가를 먼저 살핀다. 예컨대 대단지여서 부대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는 송파 오벨리스크는 '싱글족' 임차인들을 구하기 쉬울 것이란 점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가격도 꼼꼼하게 따진다. 때로는 발품을 팔아 주변 분양가와 임대시세를 비교하고 임대 가격에 영향을 미칠 변수도 체크한다. 이권우 팀장은 "가격이 싸다는 입소문 덕에 오피스텔 모델하우스를 찾은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며 "강남 부자들이 적은 금액에 더 까다로워 '묻지마 투자'는 이제 옛말"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부자들은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도 선호한다. 법조타운뿐 아니라 위례신도시 개발,제2롯데월드 착공 등 주변 개발 청사진이 송파 오벨리스크 투자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