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니스트 김희성 이화여대 교수(50)는 클래식계에서 특별한 존재다. 1995년 미국 오스틴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 후 국내에는 드문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로 매년 클래식 애호가들을 만난다. 교회나 성당 외에 전문 공연장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할 수 있는 곳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영산아트홀 등 3개뿐이다.

"오르간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시원해져요. 악기의 크기만큼 청중을 압도하는 웅장한 소리가 감동을 주죠.파이프 오르간은 현악,관악 등 모든 소리를 낼 수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파이프 오르간의 매력을 꾸준히 알리고 싶습니다. "

그는 올해도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를 갖는다. 다음 달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다. 이번에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오르간 음악의 영역을 넓힌다. 그동안 재즈 연주자와 함께하거나 그림,영상,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오르간 음악과 접목시켜 왔다.

"전반부에 연주할 알랭의 '기도',바흐의 '소나타 1번 내림E장조',프랑크의 '교향적 대작품'은 오르간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이 곡들을 통해 오르간 소리가 어떤지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 다음에 연주할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는 독특하게 접근할 예정입니다. 오페라 연출가 정선영 씨,안무가 이광석 씨와 함께 이야기에 영상과 춤 등을 곁들이는 종합예술 무대를 선보일 겁니다. 오르간이 일종의 오페라 주역이 되는 것이죠.공연은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합니다. "

그는 지난해 9월 대학오페라페스티벌에서 정씨를 알게 됐다. 당시 정씨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마당놀이 형식으로 해석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이 공연을 잊지 못했고 아이디어가 많은 정씨에게 독주회 참여를 요청했다. 인생사나 세상을 보는 시선 등이 비슷한 둘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정씨가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동물의 사육제'는 타임머신을 부제로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다. 그는 "갈수록 제작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대가 되는 공연"이라며 웃었다.

매년 공연을 준비하지만 그때마다 아쉬움은 늘 같다. 국내 공연장의 파이프 오르간 상태가 최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번 청소하면 2억여원이 드는 등 비용이 만만치 않아 오르간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소리가 걸걸해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없잖아요. 그처럼 국내 파이프 오르간의 상태가 매끄럽지 않아 연주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가능한 한 좋은 소리만 골라서 연주하려고 하죠.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조율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요. 외국 유수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1주일 내내 조율하면서 철저하게 관리하죠.국내에 파이프 오르간을 제대로 갖춘 연주회장이 드문 것도 아쉬워요. 작년에 국내의 대표적인 공연장에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연주했는데 원래 편성 악기인 파이프 오르간이 없어 전자 오르간을 쓰는 모습을 보고 씁쓸했습니다. "

그는 2007년부터 연주회 수입을 모두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써왔다. 이번 공연 수익금 전액도 이화 백혈병 후원회에 기부한다. (02)780-505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