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강남 부자라도 동네에 따라 성향이 크게 다르다. 서울 압구정동에는 고연령대의 전통적 부자들이 많다. 삼성동에는 전문직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비중이 높다. 대치동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부자들이 많이 산다. 이들은 투자성향도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압구정 골드클럽센터는 이들 3개 지역 부자들의 성향과 특징을 분류,정리했다.

◆압구정동,70~80대 전통부자

압구정동에는 과거 대기업 임원 출신이나 전직 고위 관료 등이 많이 살고 있다. 압구정동의 대표 부촌인 현대아파트의 경우 1970년대 처음 개발될 당시 고급 아파트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강남 일대 아파트값 상승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연령대도 높은 편이다. 센터를 찾는 고객들 가운데 70~80대 노인층도 적지 않다. 나이가 많다 보니 투자성향은 극히 보수적이다. 은행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이 인기 있는 투자상품이다. 대부분 부동산으로 돈을 번 부자들이어서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강원경 센터장은 "70~80대 고객들의 경우 자녀들도 40~50대여서 가족끼리 함께 PB센터를 찾는 사례가 많다"며 "심지어 손자들을 데리고 PB들의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를 이어 PB고객이 되기 때문에 각 은행이나 증권사들마다 압구정 부자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압구정 부자들의 주된 관심은 상속 · 증여다. 최근 들어 자녀 세대를 건너뛰고 바로 손자 세대에 재산을 물려주는 세대 생략 상속 및 증여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자녀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김영훈 팀장은 "악착같이 돈을 모은 1세대 부자들의 경우 지나치게 검소해 자녀 세대와의 갈등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동,전문직 · CEO 많아

테헤란로와 코엑스로 대표되는 삼성동에는 아무래도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과 기업체 CEO의 거주 비중이 높다. 투자 성향은 압구정 부자에 비해 훨씬 공격적이다. 안전자산보다는 주식이나 펀드 등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다. 실제 주식에 투자해 큰 돈을 번 부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씀씀이도 큰 편이다. 사업체 경영이나 절세 전략 등에 커다란 관심을 보인다.

◆대치동,젊은 학부모 부자

대치동은 우리나라 교육 1번지로 꼽히는 곳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주해온 30~40대 젊은 부자들이 많다. 자기집을 소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고액 전세로 거주한다. 자녀 교육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해외 유학이나 대학 입시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수시로 열린다. 환율에도 민감하다. 해외 유학을 보낸 학부모가 많기 때문에 환율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치솟을 때 달러 보험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기도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