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투자공사(CIC)는 '중국 자본의 무역청'이라고 할 수 있다. 보유외환으로 만들어진 CIC는 해외 증시는 기본이고 외국 광산에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코카콜라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는가 하면 해외 사모펀드와 부동산까지 두루 사들이는 포식자다.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금융관리국 총재로 16년간 재임했던 조지프 얌을 비롯한 세계 금융계의 거물들을 스카우트하는 등 전 세계에서 펀드매니저를 채용하며 글로벌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관이 CIC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세계 인수 · 합병(M&A)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부상,중국의 파워를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국제화 맡은 위안화 전위대

CIC는 2007년 9월 2000억달러의 자본으로 설립됐다. 자본금은 전액 보유외환으로 충당했다. CIC의 설립 배경은 복합적이다. △너무 많아 주체하기 힘든 외환보유액을 해외에 적절히 분산 투자하고 △해외 자원이나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자산운용 기술을 습득한다는 다양한 목적 아래 만들어졌다.

설립 당시 200억달러 안팎이었던 해외 투자자금은 지난해 말 811억달러로 급증했다. 자산총액은 2000억달러에서 3324억달러 규모로 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값싼 물건이 많아지자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는 것을 방증한다. "(박한진 KOTRA 베이징KBC 부장)

투자 지역과 분야도 다양하다. 영국에선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키는 주범으로 중국 자본이 꼽히면서 CIC가 경계 대상이 됐다. 세계 언론들은 세계 자원의 블랙홀로 CIC를 주목한다. CIC는 최근 미국 전력회사 AES의 지분 15.8%를 매입한 것을 비롯 캐나다 광산회사 테크(Teck) 리소스의 지분 17.2%도 사들였다. 호주와 아프리카에서 철광 광산은 주인이 속속 CIC로 바뀌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큰손 역할을 톡톡히 한다. CIC는 근래 골드만삭스와 렉싱톤 파트너스,판테온 벤처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모건스탠리의 지분 9.9%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CIC가 해외 금융기관에 투자하기에 앞서 국내은행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없애기로 결정,해외 은행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차이나 경계론의 핵심

CIC의 투자패턴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략적 투자다. 미국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모건스탠리의 지분 9.9%에 각각 30억달러와 56억달러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또 다른 투자형태는 배분형 투자다. 기업의 지분과 주식형 상품,부동산,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CIC가 작년 말 현재 96억달러를 들여 미국 기업 84개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해외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특히 에너지 및 자원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전위부대가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CIC는 "상업적 목적의 투자만 하겠다"(러우지웨이 CIC 회장)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지만 "금융 에너지 자원에 집중되는 CIC의 투자전략은 중국의 세계 패권 확보전략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추밍난 홍콩 현대중국연구소 연구원)는 데 이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CIC는 해외 인재 수혈로 선진 금융기법을 익히는 데도 적극적이다.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 출신인 러우 회장을 비롯 CIC의 초기 임직원은 주로 인민은행에서 자리를 옮긴 20명이었다. 이들은 국제금융 거래 경험이 거의 없었다. 최근엔 해외 투자를 맡을 전문가를 뽑고 포트폴리오 운용 담당을 해외로 연수 보내 선진기법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한창 위세를 떨쳤던 지난해 11.7%의 투자수익을 낸 것은 우수한 인재 확보와 무관치 않다. "(양평섭 대외경제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

베이징의 한 금융전문가는 "CIC는 중국 자본이 세계로 나가는 창구인 동시에 세계 금융의 선진 노하우와 에너지 자원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입구 역할을 한다"며 "달러의 불안정으로 외환보유액의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앞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