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 결정형이냐,박막형이냐.'대표적 신재생에너지 산업인 태양전지 분야에서 주도권 다툼이 뜨겁다. '폴리실리콘 결정형'(이하 결정형)과 '박막형' 등 서로 다른 제조 방식을 채택한 기업 간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2008년까지만 해도 박막형 태양전지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대세는 결정형 태양전지로 기울어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희비도 엇갈린다.


◆3년 새 확 바뀐 태양전지 주도권

태양전지를 만드는 대표적 방식은 폴리실리콘 결정형(이하 결정형)과 박막형이다. 결정형은 태양전지의 주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얇게 자른 웨이퍼 위에 전극을 그려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박막형은 폴리실리콘을 가스 형태로 만든 뒤 유리나 금속판,플라스틱 판 위에 얇게 바르는 방식이다. 이들 두 방식 가운데 태양전지 산업 초창기인 2007~2008년에는 박막형이 각광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결정형은 광변환효율(태양 빛을 전기로 얼마나 전환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 높지만 폴리실리콘 스팟가격이 400달러를 호가할 정도로 고가여서 경제성이 없었다. 반면 박막형은 값비싼 폴리실리콘을 결정형보다 100분의 1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2008년 초 결정형 모듈 가격은 1와트(W)당 4달러 초반대,박막형 모듈 가격은 1달러 후반대였다. 또 넓은 설치장소를 필요로 하는 결정형에 비해 박막형은 건물 외벽 등 사용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박막형이 태양전지 산업의 대세를 이끌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2008년 말부터 폴리실리콘 값이 하락하면서 결정형이 점차 우위를 보이기 시작했다. 신성홀딩스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올 들어 ㎏당 50~70달러로 낮아지면서 결정형 모듈 가격은 와트당 1.8달러로 낮아져 와트당 1.35달러인 박막형 모듈과 큰 차이가 없다"며 "제조단가에 큰 차이가 없는데 결정형 모듈 효율은 15~16%인 반면 박막형 효율은 8~9%에 불과해 결정형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대세는 결정형…향후 전망 안갯속

이 같은 시장변화에 기업들 간의 희비도 교차하고 있다. 결정형 태양전지 업체들이 지난해와 올해 수요 급증으로 호황을 누린 반면 박막형은 성장 정체를 맞은 것.이런 추세 속에서 세계 1위이자 중국 최대 태양전지 제조업체인 선텍은 올해 초까지 결정형과 박막형을 같이 만들다가 최근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을 접었다. 국내에서도 박막형 태양전지를 만들던 한국철강이 최근 결정형 공장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충북 증평군에 2800평 규모의 결정형 태양전지 모듈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업체 관계자는 "(한국철강의 결정은) 박막형 사업이 당초 예상과 달리 결정형에 비해 가격 메리트가 없어진 데다 수익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태양전지 산업의 대세는 결정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인 박막형 태양전지가 향후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유럽태양광산업협회(EPIA)는 현재 전 세계 태양전지 시장의 10% 정도인 박막형이 2017년엔 40%대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은 결정형이 우세하지만 박막형이 기술개발을 통해 광변환효율을 높일 수 있는 데다 BIPV(빌딩 유리창 등에 태양전지를 붙여 발전하는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 시스템) 등 박막형의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1위 태양전지 제조사인 현대중공업이 이달 초 프랑스 생고방과 8억달러 규모의 박막형 태양전지 합작투자를 하기로 결정한 것도 시장이 결정형 · 박막형으로 양분될 것에 대비한 전략"이라며 "지금 대세는 결정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