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현장 창업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점포에 맞는 업종이 거의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점포마다 이미 적정한 업종이 정해져 있고,그 업종에 따른 주요 품목의 가격대도 점포 입지에 따라 달라진다. 10여년 전 40대 초반 부부에 대해 컨설팅했던 창업사례를 소개한다.

6살과 9살짜리 두 아들을 둔 부부는 퇴직금 2억원으로 칼국수전문점을 창업,승부를 내고 싶다고 했다. 이미 칼국수로 업종을 정한 부부를 위해 점포자리를 찾던 중 분당 서현동 상업지 1층의 권리금 3000만원인 49.5㎡(15평) 점포와 율동공원 근처 레스토랑으로 쓰던 40평 단독건물을 추천하자 그 부부는 율동공원 단독건물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두 점포는 입지가 다르기 때문에 상권에 맞춰 메뉴와 가격대도 다르게 기획해야 했다. 서현동 매장이라면 20대 전후의 젊은층을 대상으로 싸면서도 맛있는 칼국수로,놀이공원인 율동 매장은 칼국수 코스 메뉴를 개발해 분위기 있는 칼국수 한정식으로 해야 했다.

당시 칼국수 한 그릇에 보통 4000원을 받는 매장들이 많았다. 그러나 율동 매장은 8000원으로 정했다. 그 대신 콩전과 샐러드를 내고 난 뒤 넉넉히 해물을 넣어 끓인 뽕잎 손칼국수를 먹은 다음 죽까지 끓여먹도록 코스메뉴를 구성했다. 코스메뉴 중에 나오는 콩전과 샐러드가 인기몰이에 성공해 나중에는 콩전,샐러드와 소스를 포장 판매해 하루 3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성당 모임과 주부들의 단체예약으로 손님들이 많아 오픈 한 달 만에 하루 매출 200만원을 넘기면서 점포경영이 안정궤도에 올라섰다.

이 칼국수점이 성공한 것은 공원이라는 장소에 따른 메뉴 구성과 그 장소에 맞는 가격대,가격대에 맞는 코스메뉴 개발 등 3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점주 부부의 열성과 매장 분위기 등 모든 게 잘 조화를 이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양혜숙 한국여성창업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