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베이징 자금성 안의 매장이 2007년 쫓겨나다시피 문을 닫았다. 자금성 안에 서양 자본의 상징인 스타벅스가 간판을 내건 것은 중국의 존엄성을 해치는 무례한 행위라고 중국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뒤였다.

중국 민족주의 발호의 또 다른 상징적인 사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의 대형 할인매장 기업인 까르푸를 상대로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일이다.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티베트의 인권 문제를 들어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격분한 중국인들은 까르푸 불매운동과 프랑스 관광 중단으로 맞섰다. 중국 정부 역시 유럽연합(EU)에 대규모 구매단을 보내면서 프랑스만 제외하는 압박을 가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티베트는 중국의 땅"이라는 항복 선언을 해야 했다.

중국의 민족주의는 경제가 발전하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거세지고 있다. "날강도로 변하지 않는 한 좀도둑은 그냥 둬라"는 덩샤오핑의 말은 중국의 외세에 대한 시각을 반영한다. 중국 개혁개방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덩샤오핑은 '중국 경제를 개방하면 외국 기업들 좋은 일만 시킬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 이 같은 논리로 개혁개방을 설득했다. 마뜩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면 주권이 침탈되지 않는 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천가오산 홍콩 현대중국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인들이 외세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현대사와 관계가 깊다"고 말했다. 청나라 말기 영국은 중국에 아편을 더 팔겠다고 전쟁을 일으켰고,일본은 난징에서 30만명을 학살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동 · 서양의 나라들이 일으킨 명분 없는 전쟁에서 잇따라 패하며 청 제국은 붕괴됐고,중국인들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외세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이 잠재해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베이징올림픽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인들은 민족주의적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왔다. 지난 5월 중국 진출 일본 자동차업체를 중심으로 연쇄 파업이 났을 때 인터넷에서는 "중국 차도 이젠 품질이 좋으니 일본 차를 사지 말고 국산 차를 타자"는 국산 차 애용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자동차부품업을 하는 나경수씨는 "중국인들의 자신감이 커지면서 이젠 외국 상품에 대한 맹목적 추종도 상당 부분 없어지고 있다"며 "서방세계가 만들어놓은 질서에 대한 거부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또 다른 기업인은 "중국과 다른 나라가 긴장 관계를 형성하면 괜히 불똥이 튈까봐 불안해진다"며 "한국에서 파견 나온 종업원들에게 중국 동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