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의 컨트롤러 자리는 누가 차지할 것인가. '

그동안 전자제품의 컨트롤러는 리모컨밖에 없었다. '약방의 감초'처럼 TV,에어컨 등 전자제품을 살 때마다 딸려오던 리모컨.이 리모컨이 진화를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수십 개의 버튼을 달고 있던 리모컨에 터치스크린 방식이 적용되면서 인터넷 검색은 물론 TV 시청까지 가능한 '손안의 TV'로 변신하고 있다.

이런 변신에도 불구하고 리모컨이 차지하고 있는 컨트롤러 자리는 안전하지 않다. 스마트폰과 태블릿도 TV 등과 결합하며 스마트시대의 게이트웨이 자리를 노리고 있다.

◆리모컨,변방에서 중심으로

국내에 처음 리모컨을 선보인 회사는 LG전자다. 1983년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리모컨을 내놨다. '드르륵'하고 돌아가는 다이얼 방식의 채널 조정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음량 조절,채널 바꿈 기능의 용도로만 사용되면서 리모컨은 TV의 단순 부속품으로만 대접받았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08년부터다.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 보편화되자 TV업체들은 리모컨의 영역을 조금씩 넓히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블루투스 기능을 리모컨에 더해 TV에 이어폰을 꽂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원하는 장면이 나오면 리모컨에 달린 '출력' 버튼을 눌러 TV와 연결된 프린터로 화면을 뽑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듬해 삼성전자는 리모컨에 터치스크린을 덧붙였다. 터치폰을 사용하듯 손가락으로 리모컨 화면을 두드려 채널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방송 편성표를 찾아볼 수 있고 PC와 연결해 동영상을 TV 화면으로 불러와 볼 수 있게 했다.

리모컨에 '날개'가 달린 것은 올해부터다. 삼성전자는 올초 TV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는 '스마트TV'를 선보이면서 리모컨에 인터넷 기능을 도입했다. 3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TV 시청을 하면서 별도로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다. 와이파이(무선랜) 기술을 적용해 홈시어터와 같은 거실용 전자제품을 제어할 수도 있다. 통화기능을 뺀 스마트폰과 진배없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리모컨,태블릿 PC와 '경쟁'

'스마트 컨트롤러'로 변신한 리모컨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은 태블릿PC다. 들고 다닐 수 있도록 가볍게 만들어진 태블릿PC에 TV 시청 및 채널 조정 기능이 들어가면서 리모컨과 태블릿PC 간의 스마트 경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미국 내 유료방송 3위 업체인 디시네트워크는 최근 '아이패드'로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조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인터넷TV(IPTV) 사업을 하고 있는 버라이즌도 TV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

국내 업체들도 태블릿PC를 활용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 등 국내 IPTV 사업자들은 조만간 태블릿PC 전용 리모컨 앱을 내놓기로 했다.

스마트폰도 컨트롤러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에서 TV를 조절할 수 있는 아이폰용 앱을 선보인 바 있다. 스마트폰의 진화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TV는 물론 모든 가전제품을 작동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리모컨과 태블릿PC,스마트폰 간의 영역 중복 현상을 업계에선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TV 시장의 성패는 '스마트 컨트롤러'로 탈바꿈한 리모컨과 태블릿PC에서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TV 화면으로 트위터에 로그인하고 증권 정보를 알아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보다 친근한 소형 스마트 기기를 통해 '학습'하게 되면서 스마트TV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