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변수가 생각보다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국내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가 지난 6월 말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5.0%에서 5.8%로 높였지만 이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꼽은 하반기 대외악재는 △유럽 재정위기 △주요국의 정책기조 전환 움직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세 가지다. 이런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수출 호조를 배경으로 국내 소비와 투자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외 악재가 6월 수준에서 더 악화되지 않고 중립 수준에 머물 것이란 가정도 전제가 됐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관련 지표가 최근 들어 급속히 악화되면서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침체)우려가 제기되는 등 대외 악재는 더이상 '중립 변수'가 아니게 됐다. 정부 관계자도 "하반기 성장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 둔화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하반기에 큰 폭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전망만 보더라도 1분기 8.1%(전년 동기 대비)에 달했던 성장률은 2분기 6.3%에 이어 3,4분기에는 평균 4.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상반기에는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절대적이었지만 이것이 위축될 경우 성장속도는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기 지표를 보더라도 여러가지 심상치 않은 요소들이 발견된다.

대표적인 지표가 경기선행지수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전년 동월비)가 6개월 이상 하락하면 경기가 꺾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선행지수는 올해 1월 하락세로 반전한 뒤 5개월 연속 하락세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산업생산이나 설비투자 지표는 여전히 좋게 나오지만 지난해 워낙 나빴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며 "전월 대비 산업생산 지표가 3월부터 증가율이 낮아지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경기는 이미 올해 1분기에 꼭지를 지나 둔화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2월 7.3%(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한 이후 3월 5.5%,4월 3.7%,5월 3.8% 등으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권 실장은 "경기가 연착륙해 연간 4~5%대의 잠재 성장률 수준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신중한 경제 운용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