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본격적으로 산이나 바다로 여행을 가는 일도 잦아질 것이다. 여기저기 다니려면 우선 허리가 튼튼해야 한다. 그러나 걷다가 갑자기 힘들어지거나 쉬어야만 한다면 허리에 숨어있는 병이 있을 수도 있다. 최근 심장병 환자가 늘고 있는데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갑자기 사망하는 위급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처럼 심혈관뿐 아니라 신경이 지나가는 구멍(신경관)도 막힐 수 있다. 척추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신경 구멍이 막히는 것을 '척추관협착증'이라고 부른다. 멀쩡히 잘 걷다가 갑자기 못 걷는 경우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심혈관은 과도한 지방,콜레스테롤에 의해 잘 막히지만 신경관은 척추의 뼈,관절 등이 자라면서 신경을 누르게 된다.

◆걷는 중 허리 밑이 뻐근해 힘들어진다면 협착증 '의심'

척추관협착증의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다. 초기에는 허리,양 엉덩이 쪽으로 둔한 통증을 느끼다가 증상이 심해지면 일정 거리만 걸어도 엉치와 뒷종아리가 아프고 시리고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자주 걷다 중간에 쉬어야만 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병이 더 진행되면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더 짧아지고 가벼운 산보나 장보기 등 일상적 활동에도 지장을 받게 된다. 활동량이 줄다 보면 우울증도 함께 생길 수 있고 기존에 당뇨 등이 있는 사람은 더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척추관협착증이 생기는 원인은 비교적 자명하다. 허리를 반복적으로 쓰는 힘든 일이나 쪼그려 앉아서 하는 일,장시간 허리를 구부리고 하는 일 등을 오래 하면 척추에 무리가 가게 된다. 일을 많이 하면 손마디가 굵어지듯이 척추 관절도 굵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손이 굵어지면 보기가 흉할 뿐이지만 척추관절이 굵어지면 근처에 있는 척추 신경 다발을 심하게 누르게 된다는 것이다. 백경일 분당척병원 원장은 "특히 마비를 동반한 협착증의 경우 침술이나 척추교정,민간요법 등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40대에서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50~60대의 약 10%가 이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척병원에서 핌스 주사치료나 수술 치료를 받는 환자의 약 80% 정도가 척추관협착증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드물게는 젊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키가 큰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어릴 때 신경관이 옆과 위로 고루 자라야 하는데 한꺼번에 위로만 대나무 자라듯 자라다 보니 옆으로 신경관이 자라지 못하는 경우다.

◆비수술치료 효과 없으면 외과적 수술해야

척추관협착증의 비수술적 치료법은 약물치료나 주사요법,물리치료 및 운동요법 등이 있다. 약물치료는 단순 진통제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항경련제,근이완제 등을 투여한다. 물리치료 및 운동요법은 냉온찜질이나 초음파 치료,마사지 등을 하는 것이다. 주사요법은 스테로이드성 핌스주사 등을 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증상이 자꾸 재발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아진다면 근본적 치료로서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 치료는 미세현미경 감압술 · 연성고정술 · 최소절개유합술 등이 있다. 미세현미경 감압술은 신경을 누르는 나쁜 척추뼈와 관절을 제거하는 수술법이다. 연성고정술은 미세현미경 감압술에 척추 기구를 사용해 척추 관절을 보강하는 치료를 추가한 것이다. 이는 기능이 떨어졌어도 디스크를 살릴 수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기능을 살릴 수 없다면 디스크를 제거하고 척추뼈가 붙도록 경성 나사못을 사용해 고정시켜 척추를 안정화시키고 미세현미경 감압술을 동시에 시술하는 '최소절개유합술'을 하게 된다. 단 너무 오래 심하게 신경이 눌려 있어 척추 신경 다발에 흉터가 남으면 수술 후에도 감각 신경 마비나 운동 신경 마비 등 후유증이 찾아올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일상에서 좋은 자세를 취해 허리에 가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좋은 자세만으로 일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동적 예방보다는 적극적으로 허리를 강화하는 운동을 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나쁜 자세라도 허리 관절이 충격을 견뎌낼 수 있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다. 허리를 튼튼하게 만들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자세로 일하거나 무리를 다소 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저항력이 생긴다. 또 뼈 건강을 젊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규칙적인 운동뿐 아니라 체중관리,금연,금주,규칙적인 골밀도 체크 등을 해야 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