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상황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어려운 부동산 거래시장 환경변화 속에서 2009년 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28만6534명이며 이 중 26%(7만4638명)가 중개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중개사 시험은 관리 운영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시험과목의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부동산시장의 대외 개방과 선진화를 위해 부동산업계의 업무영역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시장은 거래가 활발했던 2006년 기준 거래금액이 42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2.7%에 달했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부동산 거래시장에서 중개업자,신탁업자,대형 법무법인,외국계 대형 컨설팅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인중개사제도는 시행된 지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중개서비스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인 정책 마련이 미흡하다.

2006년 실거래가 신고의무가 주어짐과 동시에 '경 · 공매 매수신청대리업무'가 허용됐지만,2010년 4월 기준 개업한 공인중개사의 2% 수준인 1557개의 중개사무소만이 등록돼 있다. 빗장은 풀렸지만 실질적인 업무영역으로 제 기능을 못해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실정에서 '양극화' 문제를 뻔히 내다보면서도 일반인에게 대형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논의한다는 것은 성급하다. 현재 중개사무소는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대형법인이 필요하다면 먼저 자생력부터 키워야 한다. 업계 경쟁력이 일부 확보된 다음 대형법인 활성화가 뒤따르는 게 옳다.

국토해양부는 한국부동산산업학회를 통해 2009년 '부동산 거래제도 선진화 방안' 용역을 진행했다. 그러나 용역결과에 따른 단계적 실행방안이 논리적인 설득 없이 발표 때마다 달라져 일관성과 신뢰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면 단기계획이었던 공인중개사 시험개편이 중기계획으로 변했고,장기계획으로 잡혔던 대형법인 진입장벽 완화가 단기계획으로 뒤바뀌었다. 연구자의 잘못된 통계처리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행정지도 관리상의 문제인지 분명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단계적으로 펼치고 국민이 시장을 신뢰할 때 부동산시장도 선진화될 것이다.

이성근 경희대 교수·부동산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