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언제 팔고 어떤 것을 얼마나 사들일까. ''상속세나 증여세 등 세금을 줄이려면 자산별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조정할까. '

투자할 곳을 마땅히 찾기 어려운 때일수록 현명한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 여유자금을 은행 예금에 그냥 넣어두기는 아깝다. 부동산 투자는 하지마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주식시장도 딱히 좋아보이지 않는다. 이럴 땐 세금이라도 줄여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경제신문은 세금 문제로 고민하는 자산가들의 이 같은 고충을 서울 강남에 있는 은행과 증권사 베테랑 PB들의 상담을 통해 풀어봤다. 상담을 맡은 PB들은 고객의 현재 포트폴리오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한 뒤 고객의 목적에 부합하는 최적의 자산 리모델링 결과를 제시했다.

◆상속 · 증여세를 고민하는 50억 자산가

개인사업을 하다 은퇴한 K씨(60)는 부동산 27억원에 현금성 자산 20억원 등 약 47억원을 갖고 있는 자산가다. 부동산은 시세 20억원인 강남지역 아파트 한 채,7억원인 강북지역 아파트 한 채로 구성돼 있다. K씨는 최근 40년지기 대학 동창이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상속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 친구의 유족들이 미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부동산을 급매물로 내놓아 큰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K씨에게는 부인(57)과 출가한 아들(30)과 딸(27)이 있다. K씨는 포트폴리오 리모델링을 통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상속세를 절감하는 한편 노후 생활을 위한 안정적인 자금도 확보하기 원한다. 전재문 우리투자증권 PB도곡센터 차장은 K씨에게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우선 보유 중인 부동산을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

가장좋은 방법은 7억원짜리 강북아파트를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방법이다. 배우자 증여시 6억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증여재산 가액 7억원 중 1억원에 대해서만 세금 3400만원을 내면 된다. 매각할 때와 비교하면 1억2600만원의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 20억원에 대한 포트폴리오 재구성도 필요하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월납입 300만~400만원(총 납입보험료 4억원)짜리 종신보험에 가입하면,K씨가 사망할 때 나오는 7억원의 보험금을 유족들의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K씨 부부의 노후 생활에 필요한 안정적인 현금 창출과 상속세 절감을 위해 연금보험 가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계약자와 수익자를 K씨로 하고 피보험자를 30세인 아들로 하면 된다. K씨 사망 후 자녀가 연금을 수령하게 되는데,이때 자녀가 75세 이후에 받는 연금은 상속재산 평가에서 제외돼 그만큼 절세 효과가 발생한다.

이 밖에 나머지 현금자산은 주가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높아지는 주식형펀드,공모주펀드,주가연계증권(ELS)과 확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정기예금,채권,CMA 등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자산배분과 절세를 고민하는 의사

서울 강남구에서 성형외과를 개업 중인 J씨(56)는 압구정동 아파트(시가 25억원),청담동 상가(시가 40억원) 등 부동산과 예금 20억원,6억8000만원짜리 해외주식형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병원 운영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월 4000만원 수준이다. 배우자(52)와 2남1녀(모두 성년)를 두고 있다.

J씨는 최근 자산 배분과 절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자산 명의가 모두 자신으로 돼 있어 '어떻게 큰 비용 없이 자산을 가족들에게 나눠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황성룡 대우증권 PB컨설팅팀 부장은 J씨에게 다음과 같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것을 권유했다. 우선 재산 중 가장 비중이 큰 청담동 상가를 가족들에 증여해 공동명의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15%는 배우자에게,10%씩은 세 자녀에게 증여하면 배우자는 세금이 없고 자녀들에겐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자녀 1인당 5760만원씩 총 1억728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당장 자금 부담이 생기지만 길게 보면 배우자와 자녀가 직접 상가지분으로 얻는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자녀들이 향후 취득하게 될 각종 자산에 대한 자금 출처도 확보할 수 있다.

부동산에 치우쳐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도 필요하다. '자산3분법'에 따라 예금 주식 부동산에 동일한 비율로 투자하는 것이 기본이다. 부동산은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세금 문제도 많기 때문이다. 다만 수익성 상가건물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므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 부동산을 정리하는 것보단 여기에서 나오는 현금을 주식과 예금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

20억원에 달하는 은행예금은 연간 이자소득만 4000만원이 넘기 때문에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대 38.5%의 누진세율을 적용받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이자소득이 4000만원 미만이 되도록 은행예금의 일부를 국민주택2종채권(비과세)과 10년 만기 토지주택공사채권(분리과세,세율 33%)으로 대체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10억원을 투자했다 30% 이상 손실이 난 해외펀드의 경우 당장 처분해야 할 것은 아니지만 추가로 투자할 필요도 없다.

김동윤/강현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