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인재상은 창의와 자율이다. "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처음으로 LG인재개발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LG그룹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인재를 선별하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LG가 지속적으로 인정받고 성장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경영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조직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R&D(연구 · 개발) 인력이 선발 1순위

LG그룹이 대대적인 인재찾기에 나섰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선발 인원의 숫자를 늘리고 조직 문화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LG그룹의 올해 채용인원은 대졸 신규인력 6000명을 포함, 총 1만명이다. 전자 부문에서 7600명,화학 부문에서 1300명,통신 · 서비스 부문에서 1100명을 각각 선발한다. R&D(연구 · 개발) 인력이 선발 1순위다.

LG전자의 경우 신규 선발 R&D 인력의 숫자가 최대 2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상반기 중 전자에서만 6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며 "신규채용 R&D 인력 중 40%를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채우는 것이 상반기 인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나머지 1400명의 선발은 하반기 중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올해 채용 작업이 마무리되면 국내에 근무하는 LG그룹 직원들의 숫자가 사상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직원의 숫자가 9만7000명으로 집계됐다"며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 예상인력을 감안하더라도 10만명 돌파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실무 전문가를 키워라

LG그룹은 창조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2008년부터 신입사원 교육과정을 실무형으로 전면 개편했다. 2개월간의 신입사원 집합과정을 5개월로 늘려 신입사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후 6개월간은 멘토링과 해외 시장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회사 관계자는 "상품기획,R&D,제조,마케팅 등 기업 운영의 전 과정을 두루 경험하게 하고 있다"며 "회사의 운영방식을 이해해야 실무에 적응하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무 중심의 1년 교육과정을 거친 직원들의 역량은 '입사 3년차'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전문가 그룹을 양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R&D와 생산,기술 분야에 도입한 연구 · 전문위원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이 회사는 전문가들을 현장에 배치,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8년부터 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올해의 경우 여성 인재 1명을 포함,총 5명의 연구 · 전문위원이 선임됐다.

글로벌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LG의 미래 사업을 주도할 경영자 후보군들을 육성하기 위한 IMPM 과정은 영국,캐나다,인도,일본,프랑스 등의 비즈니스 스쿨과 연계한 프로그램이다. 18개월간 경영전략,마케팅 등 개인별로 정한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 수료 후 논문을 제출해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는다.

LG전자의 '언더스탠딩 크로스컬처' 처럼 국가별 문화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 임직원 8만명 중 60% 이상인 5만명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한국 본사를 찾은 해외 현지 채용인들과 한국에서 근무하다 해외 법인으로 발령을 받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업무공간에서 접하게 되는 문화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실제사례를 중심으로 교육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