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전자세금계산서 시장을 잡아라."

새해 1월1일부터 종이로 발행하던 법인의 세금계산서를 인터넷으로 발부하고 신고까지하는 전자세금계산서 시대가 열린다. 개정된 부가가치세법은 내년부터 법인사업자들의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의무화했다. 앞으로 개인사업자로도 시행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는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인터넷,전화 등 전자적 방법으로 발행해 국세청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이용률이 증가하는 사회 환경 변화에 맞춰 종이세금계산서 사용에 따른 발송료 등 납세협력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관련 솔루션업체들은 1000억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세금계산서 시장을 잡기 위한 각종 서비스를 내놓으며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탈세 막고 환경 훼손도 줄여

전자세금계산서 제도가 도입되면 세금계산서를 우편으로 보내거나 보관하는 등의 복잡한 절차가 사라진다. 발행한 세금계산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조회 · 신고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허위세금계산서를 보다 효율적으로 적발할 수 있게 된다. 매입내역 조작을 통한 탈세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려면 자체적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관련 솔루션업체들이 인터넷에 만든 발행대행서비스(ASP)를 이용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은 시스템을 효율화시키기 위해 ERP를 자체 구축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ASP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ASP를 이용하면 임대사업자의 시스템에 접속해 계산서를 발행하고 이를 국세청에 전송하게 된다. 건당 일정 수수료를 부담하는 방식이 보통이다. ERP시스템을 구축하면 자체적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국세청에 전송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법은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시스템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으로부터 인증을 받도록 했다. 국세청에 세금계산서 발급정보를 전송하기 위해 연계사업자와의 시스템 연동 여부 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시스템 사업자로 등록된 업체 수는 약 120개다. 이 가운데 ASP시스템 제공 업체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등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 규모 10배 확대 기대

내년부터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이 의무화되면 전자세금계산서 교부는 물론,전송,표준 인증 등의 절차가 모두 전산화된다. 지난해 발행된 법인 사업자의 세금계산서는 6억여장에 달했다. 현재 기업에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유통하는 비율이 8%에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커질 시장 규모는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연간 120억원 규모인 ASP 방식의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시장이 당장 내년 의무화로 1200억원대로 10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표준 전자세금계산서 양식에 맞춘 기업 내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보안 등 관련 솔루션 수요까지 감안하면 경제 파급력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는 세계 최초로 웹서비스 기반의 대용량 표준전자문서 유통을 도입한 사례"라며 "국내 업체들이 관련 분야의 표준화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아오르는 선점 경쟁

의무화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자세금계산서를 도입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요 ASP 업체들의 경우,월 평균 가입자가 배 이상 늘어났다. 관련 수요가 몰려 비상근무에 돌입한 업체도 많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전자세금계산서 서비스 업체들은 도입 초기 유치 실적에 따라 시장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사활을 건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솔루션업체들 간 전략적 제휴도 잇따르고 있다. ASP업체마다 전자세금계산서 양식이 달라 고객이 여러 ASP 서비스에 가입하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경쟁업체와도 손을 잡는 사례가 나타났다.

전자세금계산서협의회 주요 회원사들은 아예 시스템 연동을 위한 '허브 사이트' 구축까지 추진하고 있다. 협의회는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전자세금계산서 설명회를 열고 공동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한상의 · 한국세무사고시회 등과 함께 개최하는 설명회에는 1500개 이상의 기업들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자세금계산서 이용률이 10% 안팎에 불과했다면 이제부터 90%의 시장이 열린다"며 "의무화 한 달을 앞두고 법인사업자 관계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입 경쟁이 불붙으면서 계산서 발행 가격이 떨어져 당초 기대보다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전자세금계산서 이용요금은 건당 200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최근 건당 110원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비롯해 월 1만원에 무제한 발행 가능한 서비스까지 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대국민 홍보 부족도 문제로 거론된다. 의무화 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를 알지 못해 이에 대비하지 못한 기업이 많다는 것.막판에 시스템 구축 수요가 몰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