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화가 정종기씨(48)의 개인전이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삼청동 갤러리 아트파크에서 펼쳐진다. 정씨는 그동안 찡그린채 가슴을 움켜쥐고 있거나 땅을 쳐다보며 웅크리고 있는 사람,역사적 사건의 사진을 무심코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 등을 화면에 사실적으로 형상화해왔다.

'토크(Talk)'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구한말의 서울 시내를 비롯해 6 · 25전쟁으로 무너진 한강철교와 대동강 철교,1980년대 민주화 시위의 한 장면을 현대적인 차림의 여성들이 지나가면서 바라보는 모습을 담아낸 최근작 '토크'(사진)시리즈 20여점이 걸린다.

정씨의 근작 '토크'시리즈에는 카메라 렌즈로 우연히 포착된 듯한 여성들이 하나같이 등을 돌리고 서 있다. 6 · 25전쟁 등 역사적 사건을 마치 먼 나라 이야기처럼 응시하는 이들을 통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슬쩍 건드린다. 희미한 윤곽선 위에 흰색 유화 물감을 덮어 표현한 배경 장면들은 마치 안개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단절의 의미를 강조해 더욱 이채롭다.

작가는 "여성들은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머리 모양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며 "정보의 과잉 속에서도 콘크리트 같이 꽉 막힌 현대인들에게 소통 부재 현상을 일깨워주기 위해 여성의 머리카락 이미지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02)733-8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