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패션 상품 쏟아진다
서울 일대 쇼핑거리 한글 상품 가득

사춘기, 최고, 꽃미녀, 꽃미남, 젊은이, 지존 ….

서울의 쇼핑거리인 홍대나 명동에 가면 이런 글귀가 박힌 모자, 티셔츠 등 패션 상품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글이 신세대 패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피겨선수 김연아가 지난 4월 고양에서 열린 아이스쇼에서 '한글 티셔츠'를 입었고, 이명박 대통령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식'에서 한글로 수놓은 스카프를 두를 정도로 한글은 패션 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스카프는 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만든 작품으로, 국내 유명 인사들의 몸에 걸쳐지면서서 더욱 유명해져 '한글 패션'을 주목받게 했다.

파급효과는 온라인쇼핑몰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21일 현재 G마켓과 옥션에는 '한글 티셔츠'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상품이 각각 353건, 377건이나 된다. 특히 '인사동표'를 자칭하는 티셔츠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한글 패션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있다.

세계인이 이용하는 온라인 인맥 구축 서비스인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 싸이월드에는 '바보셔츠'(www.baboshirts.com)라는 미국 온라인쇼핑몰이 소개돼 있다.

쇼핑몰의 모든 카테고리는 한국 냄새가 물씬 풍긴다. 'All Shirts'와 'Foreigners', 'Koreans', 'Kids' 등의 영문표기 아래 '모든 티셔츠' '외국인', '한국인', '아이들'이라고 다시 풀어 놨다.

'외국인' 카테고리에는 한국인이 보면 도저히 웃지 않을 수 없는 글귀를 가진 한글 티셔츠들이 즐비하다. '바람둥이'와 '나는 미국인 아니에요', '러시아 여자 아니에요' 등의 문장은 사람들에게 "내가 바로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오히려 광고하는 셈이다.

'한국인' 카테고리에는 한국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I♥아줌마'와 '태권도', 한글초보', '김치' 등의 글귀가 눈에 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한글 패션 상품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네이버에서 디자인 관련 카페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한글 자체의 의미는 무시하고 타이포그래피(문자·디자인)가 주는 독특한 멋스러움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의미를 안다고 해도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재미가 티셔츠를 찾게하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서양인들이 귀신을 의미하는 '神'(신), '鬼'(귀) 등의 한문을 문신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한국인들이 'Would you like to sleep with me toingt?'(나랑 오늘 밤 같이 있을래요?)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뜻도 모르고 입고 다니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꽃미남', '꽃미녀', '최고', '지존' 등이 새겨진 한글 모자가 등장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명동에서 한글 모자를 판매하는 한 노점상 주인은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한글이 적힌 모자를 무척 좋아한다"며 "한국인 손님은 주로 10~20대들이 이벤트나 파티에서 흥을 돋구기 위해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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