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과 함께 보내는 오붓한 시간'보다 더 좋은 어버이날 선물이 있을까. 건강식품이나 용돈을 두둑히 드리는 것도 좋지만 부모님과 함께 공연을 보면서 흐뭇한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시내 호텔에서 열리는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는 물론 국악,뮤지컬,잔잔한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가족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공연계 복고 열풍의 대표 주자인 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가 어버이날을 맞아 5월8일부터 10일까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3일간 특별 공연을 한다. 1970년대 후반 인기를 모았던 영화 '진짜진짜 시리즈'를 각색해 롤러장,디스코텍,봉황기 야구대회 등 옛 추억을 자극하는 코드를 잇따라 선보인다. 박해미씨가 주연을 맡았으며,혜은이의 '진짜진짜 좋아해'를 비롯해 조용필의 '못 찾겠다 꾀꼬리',건아들의 '젊은 미소' 등 흘러간 노래를 뮤지컬에 삽입해 따라 부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기 공연에 들어가면서 관람료도 일부 인하했다.

13년째 효 대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경기 명창 김영임씨는 어버이의 날을 앞두고 오는 5월3~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효 대공연'을 펼친다. 지난 13년 동안 이 공연을 관람한 관객 수만도 60만여명.국악 공연으로는 쉽게 찾아 보기 어려운 대기록이다. '부모님께 드리는 김영임의 소리-회심곡'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국악과 연극,퍼포먼스가 한데 어우러진 국악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된다. 50인조 중앙국악관현악단의 웅장한 음악과 김말애 무용단의 화려한 춤사위도 볼거리다.

콘서트나 뮤지컬,국악 공연이 진부하게 느껴진다면 연극으로 눈을 돌려 보자.중견 연극배우 손숙씨(65)가 지난 25일 '손숙의 어머니'로 무대에 다시 돌아왔다. 일제의 징용과 한국전쟁,분단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남편의 바람기와 혹독한 시집살이,자식의 죽음까지 이겨 내야 했던 '어머니'를 해학적이면서도 절절하게 그렸다. 현실과 비현실,이승과 저승,산 자와 죽은 자가 한데 어울려 전개되는 이중 구조 속에서 한 여인의 고달픈 삶의 애환이 펼쳐진다. 손숙의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와 특유의 애절한 연기가 돋보인다.

중년 부부들끼리 함께 볼 만한 연극으로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있다. 연애 편지를 읽기 위해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와 이런 할머니를 위해 그림 편지를 쓰는 할아버지의 황혼 로맨스가 골격이다. 소띠(1949,61,73,85년생) 관객들은 주민등록증을 들고 오면 동반 1인까지 50% 할인받을 수 있다. 또 40년지기 남녀 친구가 뒤늦게 깨닫는 사랑을 그린 연극 '오랜 친구 이야기'는 부부가 함께 오면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증정한다.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왕년의 톱 스타들을 무대에 올린 디너 쇼를 앞다퉈 선보인다.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지만,어버이날을 앞두고 이만큼 만족할 만한 선물도 없을 법하다.

롯데호텔 서울은 오는 5월6일 오후 6시30분부터 문희옥,조덕배,신효범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카네이션 갈라 디너'를 선보인다. 다양한 장르의 이른바 '7080세대' 가수를 내세워 관객 연령대의 폭을 넓혔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은 7일과 8일에 '엘레지의 여왕'이미자의 무대를 마련한다. 쉐라톤그랜드 워커힐 역시 5일과 7일 양일간 주현미 디너쇼 '5월의 향기'를 준비했다. 임피리얼 팰리스호텔도 5,7일에 민요 가수 김세레나의 '어버이날 효 디너쇼'를 연다. 신세대 트로트 가수 장윤정도 어버이날 디너쇼를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펼친다. 하춘화는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효 콘서트를 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