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 프랑스인 첫 합격자 로페즈씨

"한국은 여러 방면에서 중국 일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나라인데 프랑스 사람들에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아요. 한국을 제대로 알려줄 지역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죠."

프랑스인 최초로 2009학년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에 합격한 필립 로페즈씨(34)는 한국을 알리는 전도사를 자처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꼬박 7년 만에 통번역대학원에 합격한 로페즈씨의 원래 전공은 베트남어였다. 한국어의 아름다운 어감과 멜로디에 매료돼 파리 7대학 한국어과에 편입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한국어 석사과정을 밟던 그는 2001년 봄 돌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이란 나라가 너무 궁금해졌어요. "

그러나 공부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한국 생활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매달 내는 집세와 책값 마련을 위해 학원 강사와 번역 일 등을 쉬지 않고 했어요. 일이 끝나면 보통 밤 11시가 다 됐죠.처음엔 일에 쫓기고 지쳐서 공부할 엄두도 못냈는데 4년 정도 지나니 조금씩 여유가 생기더군요. 그때부터 학원도 다니며 본격적으로 통역사 준비를 했습니다. "

로페즈씨에게는 외국인들이 으레 겪는 문화 충격 같은 건 없었다고 한다. 한국인이란 생각으로 지내다 보니 자신이 외국인이란 생각조차 흐려졌기 때문이다. 파리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7개월 동안 일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 로페즈씨는 그때 이미 한국인들의 생활 습관과 가치관 등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아마 대학에서 책을 통해 배웠던 지식만 가지고 한국에 왔다면 초반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났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한국 생활을 한 지 어느덧 7년.이제 그는 한국 사람이 다 됐다. '한진수'란 한국 이름도 갖게 됐다. 가끔 찾아오던 향수병도 무뎌졌다. 그러나 한.불어 통역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온 그에게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생겼다. 작년까지 외국인들에게 지급되던 장학금이 없어진 것.공부를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친다는 그는 "뚜이하비앙(Tout ira bien·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야)"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로페즈씨는 통역사가 되면 제일 먼저 독도 문제를 연구하겠단다. "아직도 프랑스에선 독도를 다케시마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요. 빨리 통역사가 돼서 한국 문화와 역사 등을 유럽에 제대로 알리고 싶어요. "

최규술 기자/김정환 인턴(한국외대 4학년)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