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기준 세계 3위인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8일(현지시간) 시스템 장애로 7시간 가까이 거래가 중단되는 최악의 전산 사고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국제 금융허브로서 런던의 명성에도 금이 갔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전날 LSE 전산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해 오전 9시15분부터 마감 30분 전인 오후 4시까지 거래가 중단됐다. 8시간 동안 거래가 멈췄던 2000년 4월5일 이래 최악의 사고였다. LSE는 오전 8시에 개장,오후 4시30분에 마감된다. LSE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증권거래소도 같은 시간 거래가 중단됐다.

사고 시점도 최악이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미국 정부가 금융시장 정상화를 위해 부실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2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후 세계 증시가 일제히 급등세를 타던 시점이었다.

영국 FTSE100지수는 사고 직전 3.8% 급등한 5440.20까지 치솟았다. 당시 거래량은 3억5200만주로 평소의 두 배에 달했다. 이런 시점에 터진 사고로 런던 투자자들은 황금 같은 투자 기회를 놓쳤다. 이에 따라 돈 벌 기회를 놓친 투자자들이 LSE를 상대로 대거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1시간45분 동안만 거래할 수 있었던 이날 FTSE100지수는 3.9% 뛴 5446.3으로 끝나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LSE는 시스템 장애의 원인이 거래 폭주 때문인지,혹은 다른 문제 때문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딜러들은 거래 폭주를 시스템 다운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