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이른바 '9월 위기설'과 관련, 이런 소문이 근거가 없고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메릴린치는 4일(현지시간) 한국 경제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이 신뢰의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한국이 1997년~98년과 비슷한 금융위기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는 부풀려진 것이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메릴린치는 다만 위기를 피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금리를 빠르게 올려 통화정책의 긴축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는 금융위기 소문이 근거가 없는 이유로 2분기에 0.6%인 부실채권의 비율은 금융부문의 건전성을 보여주고 있고 기업들의 재무상태도 건전하다면서 가장 중요하게는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8월에 2천430억달러에 달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메릴린치는 외환보유고가 급감했던 1997년과 달리 단기외채는 외환보유고의 71% 정도에 그쳐 한은이 단기외채를 감당할 충분한 외환을 갖고 있고,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도 여전히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위기설의 근거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원화 가치의 급락은 단기 외채의 증가를 비롯한 최근 상황의 진전에 투자자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제적인 신용경색이 한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릴린치는 또 국제적인 신용경색이 외국의 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단기외채 회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면서 이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은행이 빠른 속도의 자본 유출을 막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메릴린치는 한국은행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한국이 2005년 발생한 인도네시아식의 신뢰의 위기에 빠질 위험을 가져올 수도 있다면서 인도네시아는 당시 인플레와 자본유출에도 불구하고 통화 긴축을 하지 않으면서 루피화 가치 하락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메릴린치는 한은이 외환시장 개입과 정책금리 인상이라는 조합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한은이 현재 5.25%인 금리를 9월과 10월, 11월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올려 연내에 금리가 6%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9월에 0.5%포인트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메릴린치는 전망했다.

메릴린치는 금리 인상으로 한국경제는 성장 둔화를 감수해야 한다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의 4.5%에서 4.3%로, 내년은 4.2%에서 3.8%로 낮춘다고 밝혔다.

메릴린치는 결론적으로 한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로 볼 때 원화 가치의 급락은 과도하다면서 원화가 투자에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씨티은행, 리먼브라더스, 크레디스위스 등 주요 금융기관들도 한국의 금융위기설의 근거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었다.

씨티은행은 2일 보고서에서 과장된 9월 위기의 시나리오를 믿지 않는다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 중 9월에 만기가 되는 67억달러가 한국에 의미있는 위기를 초래하기 에는 너무 규모가 작다고 밝혔었다.

씨티은행은 다만 글로벌 경제전망의 악화와 한국의 과도한 부채 부담 및 외환보유고 감소에 대한 우려 등 때문에 원화 약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CS)도 3일 보고서에서 "단순히 주식시장의 관점에서 봐도 1997년과 현재 상황은 기업의 자본대 부채비율(net debt to equity)과 단기외채(short-term external debt) 등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자본대 부채비율이 1997년에는 218%였지만 현재 추정치는 10분의1 수준인 18%"이라며 "1996~1997년에는 단기외채가 전체 외환보유액보다 400억달러 많았지만, 지금은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보다 720억달러 많다"고 분석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