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02년 이후 매년 실시해온 자사주 매입을 7년 만에 중단키로 했다. 현금성 자산(현금+단기 금융상품)이 2002년 말 이후 최저 수준인 5조원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내년도 투자재원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향후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의 수급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최대한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3일 "하반기 현금 흐름이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 올해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무리한 자사주 매입 대신 정상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02년 이후 매년 1조8000억~3조8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여왔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현금성 자산이 5조원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올 하반기 영업이익률이 상반기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에 4조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같은 기간 국내에만 5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지난해 말 7조8000억원에 달했던 현금 자산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2004년 1분기 말에 9조4000억원으로 정점에 올랐던 현금 자산은 매년 6조~8조원대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5조3000억원 선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현금 보유액이 절대적으로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반도체 시장 불황과 LCD 경기의 퇴조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도 투자 여력이 감소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생각하고 있지만 향후 반도체 가격 회복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출장 중인 이윤우 부회장이 5일 귀국하는 대로 투자를 포함한 종합적인 자금운용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