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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진 선생님의 철학으로 만나는 역사] 13. 한비자의 냉정한 정치로 승부수 띄운 '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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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원한 정치 기술로 세종의 태평성대 '밑거름'

    ⊙ 선위(禪位)파동을 통해 정치적 실리를 챙기다

    [최양진 선생님의 철학으로 만나는 역사] 13. 한비자의 냉정한 정치로 승부수 띄운 '태종'
    태종은 뛰어나고 노련한 정치가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네 번의 선위파동을 일으키는데,이것은 군주의 정치기술 가운데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자신의 왕위를 담보로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외척을 제거하고 세자를 교체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 행위였다.

    실제로도 태종은 이러한 선위파동이라는 정교한 정치기술을 이용해 외척을 제거하고 세자를 교체하는 데 성공하였다.

    1406년 8월18일 태종이 세자인 양녕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조정 백관의 연이은 반대가 이어진다.

    1406년 8월19일에서 8월26일까지 성석린 등의 모든 신료와 백관들은 왕위 전위를 반대했다.

    이것을 보고 태종은 세자에게 왕위를 전위한다는 명을 철회하였다.

    그 이후 선위에 찬성하였던 양녕대군의 외척인 민무구,민무질 형제에 대한 탄핵 상소가 빗발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409년 제주에 있는 민무구,민무질 형제에게 자결을 명하게 된다.

    선위파동에 대한 태종의 변을 조선왕조실록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409년 8월10일 병술년(1406년)부터 세자에게 전위(傳位)하려 하였는데 대신들이 중지하기를 굳이 청하고,또 불초한 무리가 어린 아이로 세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내가 우선 정지하여 그 뜻을 보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태종은 선위파동을 통해 진정으로 왕위를 양위할 생각이 있었을까?

    결국 그것은 신하들을 길들이기 위한 태종의 정치적 움직임이었다.

    국왕이 선위를 하겠다고 했을 때 쉽게 동조하는 신하는 나중에 역모죄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신하들은 나서서 말릴 수밖에 없다.

    태종 스스로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결국 신료들의 뜻에 못 이기는 척하고 선위를 철회하게 된다.

    하지만 태종은 이를 통해 외척인 민씨 형제들을 제거하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즉 태종의 선위는 신하들의 의중을 떠보기 위한 고도의 정치 기술이었던 것이다.

    태종은 1409년과 1410년에도 선위파동을 일으키는데,이것은 가뭄으로 인해 민심이 흉흉하고 조정의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이렇게 선위파동은 태종에게 있어 정적을 제거하고 중앙집권적인 국정운영을 이뤄내기 위한 중요한 정치적 승부수였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태종은 뛰어난 정치적 판단과 고도의 정치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국정 운영에 있어 노련한 군주였다.

    ⊙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은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출발한다.

    고대 중국에서도 강력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이론적,실천적 노력은 왕성하였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시대상을 현실적으로 극복하고 진(秦)나라의 통일을 이념적으로 추진했던 법가(法家)는 당시의 모순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실천적 인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 사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한비자는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라는 인간 이해의 기본 전제 하에 모든 인간관계를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이해관계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법가사상의 인간에 대한 이해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이익을 탐하는 욕심으로 물들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부모 자식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매개로 형성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한비자의 주장은 다음의 글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하인이 주인을 위하여 일하는 것은,그가 충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에 대한 보수를 받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주인이 하인을 잘 대우하는 것은 그가 친절하기 때문이 아니라 하인이 열심히 일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생각은 이용 가치에 집중되고,서로 자기의 이익만을 도모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모든 인간관계가 이익을 기초로 이뤄진 것이라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입장에 따라 이해타산이 서로 다르다.

    군왕과 신하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태종은 이러한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인간관계의 형성 구조에 대해 알고 있었다.

    따라서 고도의 정치기술을 이용해 군주에 대한 신하의 끊임없는 복종과 길들이기를 시도했다.

    ⊙ 태종의 정치기술, 그것은 곧 한비자의 술치(術治)를 실천한 것이다

    한비자는 이해관계로 연결돼 있는 인간관계에서 특히 군왕과 신하의 관계를 강조한다.

    원래 신하의 이익과 임금의 이익은 서로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임금에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 이익이 되지만 신하의 입장에서는 능력 없이도 일을 맡아 하는 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임금에게는 걸출한 인물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이익이지만 신하로서는 패를 만들어 서로 덮어주는 것이 이로운 것이 된다.

    신하가 임금을 속여 자기의 이익을 꾀하는 것은 이러한 결과를 바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왕이 신하를 복종시키기 위해 가져야 할 정치기술로 한비자는 세 가지를 제시하는데,그 정치방식이 세치(勢治),술치(術治),법치(法治)다.

    이 중에서 특히 태종은 자신의 정치적 승부수로 세치와 술치를 즐겨 사용하였다.

    일단 '세치'란 하늘의 다스림과도 통하는 말로,이것은 군주의 통치는 하늘에서 부여받은 위세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즉 군주는 신성하고 위대한 자로서,감히 신하가 넘볼 수 없는 권력을 가졌다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론이다.

    따라서 신하가 군주에게 복종하는 것은 군주의 위세와 세력에 복종하는 것이다.

    이 세치의 개념은 곧 군주권의 신성화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술치는 군주가 위세를 가지고 세치를 완성할 때 필요한 방법으로 신하를 다스리는 기술이다.

    군왕은 강력한 권한을 과시하기 위해 신하들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관료들을 장악해야 하는데,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권모술수를 적용해서라도 신하들을 휘어잡아야 한다.

    즉 국왕 밑에 관료들을 귀속시키고,충신과 간신을 구별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신하들이 국왕을 두렵게 만드는 기술이 곧 술치이다.

    '술(術)'이란 군주가 가슴 속에 간직하고,이것을 이용해 비밀리에 신하를 제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술이란 바로 군주의 신하 조종 방법이다.

    왜냐하면 원래 신하의 이익과 임금의 이익은 서로 일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종의 선위파동을 통한 정적과 외척의 제거는 한비자의 술치에 충실한 통치방식의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 태종의 정치기술의 백미(白眉)는 세종의 왕위계승이다

    정치적 판단이 뛰어났던 태종은 후계자 결정에도 신중을 기했다.

    무엇보다 태종 자신이 세자책봉의 무질서로 초래되는 정치적 혼란과 비극을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찍이 양녕대군을 세자로 책봉하였다.

    또한 새 왕조의 창업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태조 이성계에게 여진족의 피가 흐르고 있어 여진과 같은 유목민들이 말자(末子)로 상속하는 관례를 따른다는 모략(謀略)에서도 태종은 벗어나고자 노력하였다.

    따라서 양녕대군의 나이 9세가 되던 태종 2년(1402) 4월,9세의 나이로 원자(元子)에 책봉되었고,2년 뒤인 태종 4년 8월, 왕세자(王世子)에 책봉되었다.

    태종은 자신의 후계자는 좀 더 조선왕조를 반석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자질을 가진 군주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녕대군은 여자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비행을 통해 태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신뢰를 잃어갔다.

    이런 이유로 양녕대군에게 마음이 떠난 태종은 셋째아들이자 나중에 세종이 된 충녕대군에게 마음이 기울게 된다.

    태종 15년을 전후해 세자의 비행이 거듭되면서 세자를 폐위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었을 때에는 분명히 왕위를 대신할 왕자로 충녕대군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양녕대군을 폐위하고 새로이 세자를 정할 때에도 태종은 그의 의지와 달리 양녕대군의 아들을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택군(擇君)의 방법을 '복정(卜定;길흉을 점쳐서 정함)'으로 변경했다가 결국 '택현(擇賢;어진 사람을 고름)'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충녕대군의 이름을 전혀 비추지 않았다.

    만약 태종이 주저 없이 '택현(擇賢)'으로 기준을 확정하고 곧바로 충녕대군을 지명했다면,일찍이 충녕을 마음에 두고 양녕대군을 폐위하였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충녕대군을 숨겨두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극적으로 충녕대군에게 왕위를 양위하였다.

    이러한 정치적 기술은 1차 왕자의 난 이후 그에게 돌아올 세자의 자리를 일단 자신의 형인 정종(定宗)에게 양보함으로써 그에게로 향한 모든 의혹에서 벗어나려고 한 방법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모든 역사에서 세종대왕은 훌륭한 성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세종대왕 치세의 태평성대 밑바탕을 그려준 사람은 바로 폭군으로 평가받고 있는 태종이다.

    태종은 한비자의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사실적 인간관을 바탕으로 현실을 직시해 뛰어난 정치적 기술로 역사의 성군인 세종을 왕으로 만들어냈다.

    이러한 태종의 리더십은 자신의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를 정치적 역량과 기술을 통해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군주의 정치적 결단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서울 한성고 교사 cyjin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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