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위기설의 진앙지는 '반도체'다.

매 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기록하던 반도체총괄의 실적 부진이 회사 전체의 위기로 비쳐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세계 반도체 업계를 쥐락펴락했던 삼성전자 반도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메이커들의 물량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하락'을 반도체부문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 세계 반도체 업계는 마치 경제학의 게임이론 중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 명의 죄수가 '죄를 고백하느냐 (고백하지 않고) 버티느냐'에 따라 몇 년을 감방에서 지내야 하는가가 좌우되듯이,글로벌 반도체 메이커들이 가격 하락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증산이냐 감산이냐'의 눈치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

올 들어 세계 반도체업계는 극심한 '공급과잉'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윈도비스타 효과 등을 예상하면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일본 엘피다 등이 잇단 증설에 나서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가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반도체 가격은 급락했다.

지난 2분기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계속된 '공급과잉→가격급락' 상황에서도 감산을 결정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가격 급락으로 마이크론 등 후발업체들이 감산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오히려 버티기로 나서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A사가 감산을 결정하고,B사와 C사가 감산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가격이 안정될 경우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업체는 A사가 아닌 B,C사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 현상인 셈이다.

결국 지금 상황은 D램과 낸드플래시 1위로서 상당한 '가격결정권'을 쥐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도 컨트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후발업체의 대대적인 증산 공세에 맞서 가격과 물량 공세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기술개발을 통해 후발주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도 창출해야 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