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항암 효과가 있다며 인삼 제품인 '진산고'를 10억원어치 판매한 K사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진산고는 924g짜리가 무려 330만원.

240g짜리 홍삼 제품이 보통 시중에서 17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고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인삼에 대한 과신과 치명적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이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판 중인 '인삼 제품'의 실상을 알아보고 바람직한 인삼 제품 구매 및 복용법을 소개한다.


[건강한 인생] 인삼은 신비한 약? 알고 먹읍시다!
광고,건강식품 판매장,방문 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비교적 많이 알려진 제품으로 진생사이언스의 '선삼(仙蔘)', 앨트웰의 '비삼(秘蔘)',원광제약의 '효삼(酵蔘)', CJ뉴트라의 '홍삼식스플러스'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34종의 인삼 사포닌 배당체(진세노사이드) 가운데 특정 성분 3~6종을 일반 제품보다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성분마다 인체에 미치는 효능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 제품들은 항암,면역 증강,항산화,당뇨 개선 등의 효능이 여타 제품보다 강하다고 내세우고 있다.

선삼을 개발한 박정일 서울대 약대 교수는 "진세노사이드 중 Rk1,Rg5,Rg3 등은 백삼에는 없고 홍삼에는 극미량 존재하거나 없지만 선삼에는 홍삼의 수십∼수백배가 함유돼 있다"며 "이들 진세노사이드는 효소시험 세포시험 동물실험 등에서 공통적으로 항암·항산화·뇌신경 보호(인지능력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삼연초연구원 등 전문가 다수의 견해에 따르면 홍삼이나 선삼의 효능은 백삼이나 수삼보다 훨씬 강하다.

백삼을 찌고 말려 홍삼을 만드는 과정에서 Rg3,Rg5,Rk1 등의 함량은 홍삼은 백삼의 수배 내지 수십배로,선삼 역시 홍삼의 수배 내지 수십배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항암 효과 등이 증강한다는 것이다.

비삼은 고려인삼농축액을,효삼은 홍삼을 장내 유익 미생물로 발효시킨 삼이다.

홍삼식스플러스는 홍삼농축액에 효소를 투입해 6가지 성분을 강화한 제품이다.

김동현 경희대 약대 교수는 "인삼의 약발을 높이려면 극성이 커 흡수가 안 되는 진세노사이드를 분해해 부가된 당사슬을 이탈시킴으로써 비극성화해야 한다"며 "인삼을 발효시키면 항암 작용 등이 보다 강한 사포닌의 중간 대사물(Rh2,Rg2,Rg3)과 최종 대사물(컴파운드K,PPD,PPT)의 비중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인삼은 수십 가지 성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너지 효과를 올리며 특정 성분이 어떤 효과를 낸다고 명확히 규명된 게 없다"며 "특정 유효성분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다른 유효성분이 감소하므로 특정 성분 함량을 늘린 제품이라 하여 비합리적인 고가에 구입하는 것은 비용-효과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람마다 인삼 유효성분의 흡수율이 크게 다른데 장내 유익 미생물이 활발하게 작용한다면 굳이 이런 특수 인삼 제품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물의를 일으킨 '진산고'는 인삼의 산성다당체를 주원료로 만든 제품.산성다당체는 암세포 살해,면역세포 증강,조혈 촉진,골수 방어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있으며 전체 인삼 중 0.3~0.8% 정도를 차지한다.

박 교수는 "산성다당체는 효과가 강하지만 경구 복용할 경우 소화기 분해효소에 의해 저분자물질이 되면서 약효가 격감한다"며 "산성다당체는 기본적으로 체내 흡수율이 낮고 유효성에 대한 입증도 아직 미흡한데 고비용을 들여 산성다당체를 정제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