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전 국무총리)은 "좌파세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것은 19세기 말 척사위정을 연상케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좌파는 진보라는 이름의 수구"라고 8일 비판했다.

남 이사장은 이날 선진화포럼 홈페이지(www.kfprogress.org)에 올린 '진보라는 이름의 보수·FTA 담론을 보고'라는 글에서 "진보세력이 FTA에 부수되는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한·미 FTA가 '미국계 초국적 자본과 국내 독점자본이 노동자·농민,절대 다수 국민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해 펼치는 전면 공격'이라는 것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좌파들은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구습에 따라 현실세계의 모자이크 중에서 그들의 고정된 이론 구도에 적합한 조각만을 주워 모아 하나의 관념 세계를 구성한다"며 "그것은 진실을 왜곡하고 합리성이 없기 때문에 일종의 관념주의에 불과하고,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진보라기보다 진보라는 이름의 수구"라고 비판했다.

남 이사장은 "지금 중국은 공산당 강령에도 불구하고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했고,그 결과 오늘의 경제대국으로 비약했다"며 "영국의 노동당도 전통적 좌익 정당이지만 토니 블레어 총리가 집권한 이후 자유주의 정책에 준하는 '제3의 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진보도 그 좌표에서 좌익적 관념주의를 제거한다면 서양의 진보주의,혹은 자유주의(liberalism)에 가까운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