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 만에 털렸다…1500억 왕실 보석과 사라진 佛 루브르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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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뒤흔든 최악의 루브르 도난 사건 어디로
4인조, 사다리차 타고 총 8점 털어
모나리자 이후 최악의 도난 사건
30대 남성 용의자 2명 긴급 체포
"대형 박물관 보험 가입 안한다"
법적 회색지대 노린 범죄
인터폴 등 공개 수사 나섰지만
분해·유통 시 회수 어려울 전망
4인조, 사다리차 타고 총 8점 털어
모나리자 이후 최악의 도난 사건
30대 남성 용의자 2명 긴급 체포
"대형 박물관 보험 가입 안한다"
법적 회색지대 노린 범죄
인터폴 등 공개 수사 나섰지만
분해·유통 시 회수 어려울 전망
르피가로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 발생 6일 만인 25일(현지시간) 밤 수사당국은 30대 남성 용의자 두 명을 긴급 체포했다. 한 명은 알제리로 도주하려다 샤를드골공항에서, 또 다른 용의자는 파리 북쪽 외곽 센생드니에서 붙잡혔다. 수사당국은 절도범의 DNA와 지문 등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체포했지만, 도난당한 보석은 회수하지 못했다.
프랑스 언론은 이번 사건을 1911년 모나리자 도난 이후 루브르 최악의 사건으로 보도했다. 당시 루브르의 도장공이던 이탈리아 출신 빈첸초 페루자가 ‘모나리자’를 코트 안에 숨긴 채 폐관 후 유유히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그는 2년 후 피렌체미술관에 작품을 되팔려다 체포됐다. 이 사건은 모나리자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만들었고, 루브르의 보안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계기가 됐다.
◇사라진 왕관, 사라진 자존심
프랑스 제국의 상징인 왕실 보석이 도난당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의미가 남다르다. 프랑스는 영국이나 오스트리아에 비해 왕실 보석이 많지 않다. 대혁명 시기 대규모 약탈로 왕실 보석의 절반 이상을 상실했고, 군주제 폐지 후 많은 보석을 매각해 현재 남은 보물 유산은 극소수다.
1887년, 제3프랑스 공화국은 왕당파 쿠데타에 대한 두려움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왕관 보석을 매각했는데 이번에 사라진 8점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지켜온 유산이다. 나폴레옹 1세가 마리 루이즈에게 선물한 에메랄드 목걸이 및 귀걸이 세트, 나폴레옹 3세의 황후 외제니의 리본 브로치와 왕관, 루이 필리프 왕의 왕비 마리 아멜리의 사파이어 티아라 및 목걸이와 귀걸이 1점 등이다. 이 중 외제니 황후의 왕관은 도둑들이 도주 중 떨어뜨려 일부가 손상된 채 회수됐다. 도난품의 추정 시가는 8800만유로(약 1460억원). 숫자를 떠나 프랑스 문화 정체성의 핵심이자 루브르의 얼굴로서 그 문화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처벌과 회수를 위한 국제 시스템
예술품 절도는 어떤 죄인가. 예술품 절도에 관여한 자들은 형법상 특수절도죄, 장물취득죄,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1년 이상의 징역, 7년 이하의 유기징역이다. 절도범의 처벌 이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도난당한 예술품의 ‘회수’다. 예술품은 훔치기도 어렵지만 팔기도 어려워 행방이 묘연한 경우가 다반사다.도난 예술품 회수를 위한 국제 시스템은 두 축으로 움직인다. 먼저 ALR(Art Loss Register)은 세계 최대 민간 도난 미술품 데이터베이스로, 회화·보석·조각·골동품 등 약 70만 건이 등록돼 있다. 도난당한 품목을 등록하려면 15파운드의 소액 초기 관리 수수료가 있고, 회수 시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
다른 한 축은 인터폴이다. 인터폴은 경찰이 제공한 공인 정보를 바탕으로 도난 예술품을 데이터베이스화한다. 앱 ‘ID-아트(ID-Art)’를 통해 누구나 작품 도난 여부를 확인하고 자산을 등록할 수 있다. 공식 인증된 데이터만 올라가기 때문에 법적 신뢰도가 높고, 국제 문화재 반환 협정에도 활용된다. 두 시스템은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예술의 ‘존재’를 지키는 기술. 단, 등록만으로 회수는 보장되지 않으며, 이때 보험과 협상력이 작동한다.
◇예술 지키는 보험과 법의 회색지대
예술품 보험으로 넘어가 보자. 예술품 보험은 감정평가, 리스크 분석, 회수 협상까지 포괄하는 정교한 제도다. 전 세계적으로 로이즈, AXA, 히스콕스, 처브 등이 예술 보험을 제공하는데, 보험료는 작품 가치의 1~3% 수준이다. 하지만 루브르의 작품처럼 국가가 소유한 고가의 문화재는 감정가가 수천억원에 달한다. 이를 전액 보장하는 보험료는 상상을 초월할 뿐만 아니라 보험업계에서도 이를 전부 인수하려는 곳은 드물어 국립박물관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 대부분 국립박물관은 운송 중 손상이나 해외 대여 전시 등 특별 전시 기간에 한정된 부분 보험만을 든다.그런데 예술품 보험의 세계에는 독특한 역설이 있다. 예술품의 도난이라는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사는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도 있지만, 도둑 또는 중간인을 상대로 비공식적인 예술품 회수를 시도하기도 한다. 도둑이나 중개인과 비공식 협상을 통해 예술품을 회수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회색지대지만 관행화돼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도난품들이 민간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고 공식 확인했다. 작품을 외부로 대여하거나 옮길 때만 보험 가입을 요구할 뿐, 박물관 내부에 머무는 국유 컬렉션에 관해서는 별도의 보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국가는 스스로를 보험자로 삼는 ‘자기보험(self-insurance)’ 체제를 유지해왔고, 그 믿음의 균열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김현진 법학자·인하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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