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럽게 행동하라.” 위기가 곧 기회라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격언은 최근 미술품 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안목 있는 투자자들은 오랜 불황으로 위축된 지금이 저점 매수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일부 발 빠른 컬렉터는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반등 시 수익 기대가 큰 중저가 작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30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에 따르면 국내 9개 미술품 경매사의 올 상반기 온라인 경매 총거래액은 139억원으로 전년 동기(77억원) 대비 79.8% 증가했다.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은 21억원에서 62억원으로, 케이옥션은 36억원에서 52억원으로 낙찰 총액이 급증했다. 두 업체의 평균 낙찰가 역시 1533만원에서 2899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상반기 경매 총낙찰액이 55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 감소하는 등 경제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 여파로 시장 전반에 불황이 지속되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9월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를 찾은 관람객들로 전시장이 붐비고 있다. 임형택 기자
수억원대 고가 작품을 앞세우는 오프라인 메이저 경매와 달리 온라인 경매는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 구간의 작품이 주로 거래된다. 중저가 미술품은 높은 금리 등 불투명한 시장 환경에선 가격 조정폭이 크고 환금성이 떨어지는 고가 작품보다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미술계가 오는 9월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가 갤러리들이 초고가 작품을 선보이는 프리즈 서울에 맞서 수요가 꾸준한 신진·중견 작가 위주의 중저가 작품 비중을 높여온 터라 투자 실속을 챙기는 현실적 무대가 될 수 있어서다. 이성훈 KIAF 운영위원장은 “외형 확장에 집중하던 흐름을 넘어 올해는 전시 콘텐츠 질과 구성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