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
무얼 그리 원하는 게 많아
줄줄이 긴 새끼마다
소원쪽지가 매여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저 소원은 무엇일까
저렇게 빈다고 그 소원이 다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저 새끼줄에 소원쪽지를 매달고 이쁜 웃음을 짓는다

미신이든 종교이든 마찬가지이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 내용 중에 있던 광경이다
어떤 사람이 임시로 어떤 지역의 하나님이 되었다
기도문들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그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아무 일도 못한다
하나님은 기도를 스티커로 변하게 했더니
순식간에 사방벽이 온통 노란 스티커로 도배가 된다
이번에는 컴퓨터 이메일로 오게 했더니 순식간에 컴퓨터가 다운이 된다
우리 인간은 무얼 믿든 이렇게 바라는 소원을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살고 있다

나는 무얼 바랄까
다리 하나 다시 주세요, 눈 하나 다시 주세요,
돈 많이 벌게 해 주세요, 문학으로 이름 나게 해 주세요,
큰애 선생 되고 작은애 만화가 되게 해 주세요,
술담배 끊게 해 주세요, 가족들 건강하게 해 주세요,
애… 저… 또… 뭐가 있을까?
내가 소원을 말해 놓고도 내가 보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내가 하나님이라도 들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사랑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육체의 욕망에 탐닉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그게 안 된다면 어느 때라도 한 사람만 사랑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그것도 안 된다면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그것마저도 안 된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하나님도 기가 막히실 것이다

소원은 거의 이런 것이다
소원은 바랄 게 못 된다
이루어지는 소원보다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몇배는 더 되기에
바라면 기다리게 되고
기다리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고
실망이 쌓이면 낙망하고 절망하고
자신을 버리다가 세상마저 버리게 된다

바라지 말자
희망을 갖지 말자
희망은 마약이고 미끼이고 노름이고 경마이고 카지노이다
나는 아무 희망이 없다
바라는 것이 없다
바라는 것은 모두 다 이루었다
나는 지금 가진 것으로도 충분하다
행복하다
무엇을 더 얻을 것이며
무엇을 더 잃을 것이랴

나는 내 목숨 다하는 그 날까지
지금 사는 것처럼
불평없이 말없이 희망없이 잔소리없이 아야소리없이
열심히 살 것이다
소원 하나 품기 전에 꿈 하나 버리고
희망 하나 품기 전에 절망 하나 버리련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아제 아제 바라 아제
아멘

희망가
나는 알고 보니 고작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이나 줍는 세상도 모르는 어린아이였습니다









희망가 – 들국화
하모니카 김종태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 만사가 춘몽중에 또다시 꿈같구나
부귀와 영화를 누릴지라도 봄동산 위에 꿈과 같고
백년 장수를 할지라도 아침에 안개로다.
담소화락에 엄벙덤벙 주색잡기에 침몰하랴
세상 만사를 잃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아침에
희망이 넘쳐나서
복바쳐서
솟구쳐서
희망가를 부른다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고
소주 한잔에 노래 한자락이니
희망이 족하다


울지 말자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