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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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에 대한 최근 직원들의 반응

A팀장은 팀원들과 오랜만에 회식을 하자고 했다가 너무나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회식 당일 외부 출장이 있어 팀의 B부장에게 회식 장소로 직접 가겠다고 문자를 남겼다. 출장지에서 바쁘게 일을 마무리하고 서둘러 회식 장소에 도착했는데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10분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 금방 오겠지 생각하고 예약된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되었는데 한 명도 오지 않아 최부장에게 전화를 했다. 최부장은 자신은 일이 있어 오늘 회식 참석이 어렵다고 한다. 다른 팀원들은 뭐하냐고 물으니 다들 퇴근했는데 도착하지 않았느냐 묻는다.
10분 정도 더 기다렸다가 아무도 도착하지 않아 전체 팀 카톡으로 어떻게 된 일이지 각자 사유를 적어달라고 했다. 모두 개인 사정으로 회식 참석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강요하지는 않지만, 1주 전 회식한다고 공지가 되었으면, 최소한 사전에 사유를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아무리 자율을 강조하지만, 이것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주인에게 방을 비워주고 객실에 앉아 소주 2병을 마시고 퇴근했다.

회식을 좋아하는 직원은 그렇게 많지 않다.
만약 회식을 한다면 일이 끝난 후 저녁 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에 하기를 원한다. 술을 강권하고, 회사 일의 연장이고, 막내들이 사회 보고 고기 굽는 고역을 담당하는 회식은 싫어한다.
회식과 관련하여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원칙이 지켜지길 원하는가 물었다.
① 날짜, 장소, 시간 등 최대한 자율과 쌍방향 존중과 사전 통보와 조율
② 술 강요 금지 또는 과음 가능성 원천적 봉쇄
③ 다양한 회식 문화(연극, 뮤지컬, 운동 경기 관람, 생존 게임 등)
④ 자유로운 분위기, 2차는 없고, 개별적으로 귀가
⑤ 회식은 시작부터 3시간 상한
⑥ 개인 약속이 회식보다 우선(자유로운 참석)
⑦ 회식자리에서 업무 이야기 가급적 지양
⑧ 직책자는 1차에서 마무리하고, 만약 2차를 간다면 원하는 사람만 1/n로 함.
⑨ 가능한 회식은 점심시간에 실시
⑩ 저녁 회식 시간은 업무 연장으로 잔업 수당 지급


회식의 변천에 따른 조직장의 비애
회식도 시대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970년대와 1980년대 회식은 평소 자신의 돈으로 먹을 수 없는 맛있고 비싼 음식 먹는 날이었다. 회식은 먹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고 대부분은 고깃집이 대부분이었다. 위계의 문화였기 때문에 직책자가 올 때까지 그 누구도 숟가락에 손을 대는 일이 없다. 시간이 되어 중간에 직책자가 앉으면 사회를 보는 직원이 시작을 알리고, 직책자의 인사말을 듣는다.
막내가 심부름 및 힘든 일 하고, 회사 이야기하며, 술잔 돌리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신입사원 환영, 퇴임, 승진, 큰 프로젝트 성공, 신혼 여행 후 회식은 거의 필수였다.

경제가 성장하고 먹고 사는 일에 큰 어려움이 없으면서 회식의 종류, 시기, 원칙이 생기며 회식무용론이 많은 요즘이다. 전체의 화합과 소통의 촉진을 위해 필요했던 회식이었다. 이제는 개인주의와 자율, 아랫사람만 힘든 재미 없는 회식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분명하다. 고참과 조직장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 회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온갖 궂은 일을 다해 왔는데, 이제 대접을 받을 시기에 모이는 것 자체를 거부하거나, 원하지 않는 뮤지컬이나 게임에 가는 형국이 되었다. 조금은 억울할 수도 있다.

이전 직장에서 젊은 직원들의 회식에 대한 불만과 건의 사항을 정리하여 경영층에 보고한 적이 있다. 회식의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도 있기에, 1주일 전 통보, 1차로 종료, 9시 이전에 마무리한다가 건의사항이었다. CEO가 질문을 합니다. 오늘 너무나 힘들어 술 한 잔 하고 싶은데, 1주일 전이 아니면 안되는가? 누구는 오고 누구는 안 오면 내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회식은 즐거워야 하며 하나 됨이 맞다. 회식이 교육 시간이 되거나 참석자에게 고역이 되면 곤란하다. 반대로, 업무 시간이 아니라고, 참석하기 싫다고 빠지는 것도 곤란하다. 회사는 혼자 잘한다고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곳이 아니다. 조직과 구성원의 한 방향 정렬이 중요하다. 회식은 이러한 한 방향 정렬과 신바람 문화의 한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이제 시대와 추구하는 가치가 변했다. 개인의 창의와 자율이 존중되고 있다.
그렇다고 전체의 하나됨과 사기 진작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식당에서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시던 일률적 회식 문화는 바뀔 필요가 있다.

구성원 한 마음 프로그램이라 호칭하고, 구성원이 돌아가며 담당하되(뮤지컬, 운동경기관람, 영화 등 다양) 1) 한 달 전 공지 2) 주관자의 계획에 무조건 따르기 3) 계획은 1차가 마지막으로 룰을 정해 운영하면 어떨까? 12월에 봉사활동으로 치매 어르신 돌봄, 김장 하기 등을 회식의 다른 모습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회식을 해도 반드시 1차로 공식 행사는 마무리하는 것이다.
회식에 과음을 하는 회사에 근무하면서, 주도를 철저히 지키기 위해 조금 과한 결정이었지만, '술 주정 하면 직원 취급을 하지 않겠다'를 그라운드 룰로 정했다.
실제 주정한 직원을 다음 날 징계위원회를 소집했다. 취해서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에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한 잘못을 반성하도록 했다.
회식이 화합의 장이 되어야지 평생 후회하게 만드는 날이 되면 곤란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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