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한달만의 명도와 3개월만의 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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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경매투자는 전투다. 입찰자들과 경쟁해야 하고, 악의의 채권자들과 싸워야 하고, 점유자(소유자, 임차인, 유치권자 등)와 싸워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시간, 비용과의 싸움에서도 결단코 이겨야 하는 전투다.
그 전투 중에서도 가장 힘든 전투는 점유자와 벌이는 싸움이다. 다른 권리나 채권자야 그 유형이 딱 정해져 있지만 점유자는 그 유형이 천차만별이라 명도에 대응하는 방법이나 수준 역시 점유자 유형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힘든 싸움이다.
점유자 유형으로는 소유자, 임차인, 유치권자가 주를 이룬다. 분류야 간단하지만 실제 전투에 있어 점유자 유형을 구별 짓는 것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가장 크게는 그 점유자가 주택 점유자이냐 상가 점유자이냐 부터 그 점유자가 배당을 받는 점유자인지 아닌지, 점유자가 점유할 권원이 있는지 없는지, 점유자 수가 많은지 적은지, 점유하고 있는 사람의 연령대 등..그 경우의 수를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다.
혹자는 주택 점유자가 상가 점유자보다 명도(또는 명도협의)하기가 더 쉽고 명도기간도 짧다고 한다. 주택과 상가의 기본적인 인식 차이가 있는 것도 그러려니와 아무래도 상가보다는 주택의 점유관계가 더 명확하고 점유자 성향이 보다 더 온순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영업활동 공간인 상가는 생계를 영위하기 위한 수단인 반면 주택은 삶의 절대적인 터전이라는 한 가지 면만을 보더라도 어느 정도 명도에 대한 저항이 상가보다는 주택에서 더 강하게 나올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섣불리 주택이라고 명도가 간단하고 쉬울 것이라는 예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9월 중순 용인 풍덕천동에 소재한 한 아파트 38평형을 낙찰 받은 적이 있다. 11월 초에 매각대금까지 순조롭게 납부하고 나서 명도협의차 낙찰주택을 방문했으나 문전박대부터 받았다. 소유자가 점유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경매당한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거나!
원만한 명도를 원한다는 취지를 담은 장문의 편지를 문에 밀어 넣고 나서야 점유자를 만날 수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명도협의가 쉽지 않았다. 가급적 2012년을 넘기기 전 12월말까지 입주를 마무리할 심산으로 명도 협의를 추진했으나 이주할 곳 미계약,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니는 아이들 방학, 이주비용 등 갖은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명도시기를 미뤘다.
인도명령을 통해 어렵사리 강제집행 계고장까지 붙이고 왔지만 집행관 일정, 추운 날씨 탓에 집행날짜 잡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협의된 명도기일을 점유자는 매번 어기고 넘겼다. 대금 완납 후 2달을 넘겨서야 간신히 집행날짜를 받고 1월 10일에 명도를 위한 강제집행에 돌입했다.
이때까지도 점유자는 설마 진짜 집행 당할까하고 생각했는지 전혀 이주할 준비가 안 된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였다. 집행관이 들이닥치자 너무 당황했는지 그때서야 딱 열흘만 시간을 주면 진짜 이사를 하겠다고 집행관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통사정을 했다. 집행관과 낙찰자 협의 하에 그러기로 하고 이날 들어간 비용(이사차량, 사다리차량, 집행관 및 노무자 당일 인건비 등 약 100만원)은 점유자가 부담하고 아울러 열흘 후 명도 시 낙찰자에게 어떠한 이사비용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쓴 후에야 집행차 왔던 모든 사람들을 철수시켰다.
열흘 가량을 넘긴 1월 22일에 점유자는 약속한대로 이주를 했다. 낙찰일로부터 4개월, 대금 완납일로부터 약 3개월만에 명도가 마무리된 셈이다. 인도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을 서둘렀으면 더 짧게 명도를 완료할 수 있었지만 주택 성격상 가급적 강제집행보다는 협의에 의한 명도가 더 보기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명도협의를 끝까지 진행했던 터라 명도 완료 시까지의 시일이 다소 흘렀다.
이번엔 지난해 10월말에 낙찰된 상가건물 명도사례를 들어보자. 안양시 안양동에 소재한 이 건물은 지하1층, 지상4층 상가건물로 일부 공실을 제외하고 모두 10개 점포(커피숍, 미용실, 부동산, 약국, 당구장, 학원 등)가 영업하고 있고, 준공연한 30년이 지나 상당히 낙후된 건물이다. 낙찰 후 한달만인 11월말에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명도협의에 돌입했다.
상가 명도협의야 주택과 달리 이주보다는 재계약을 우선하기 때문에 재계약 시의 임대가가 문제였다. 특히 해당 물건은 입지나 규모가 그 지역 일대에서 최고라고 평가됐음에도 오랫동안 임대가 조정을 거치지 않아 대부분 시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임대가를 유지해왔던 터라 현 시세와 기존 임대가 격차가 너무 컸다.
재계약 협상 시 예상대로 임차인들의 저항이 거셌다. 임대가 뿐만 아니라 노후된 건물의 문제점을 들고 나와 개보수를 요구하는 임차인도 적지 않았다. 일단 낙찰자로부터 영업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물을 말끔하게 개보수 할 것과 2년 이내에는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양보를 얻어냈고, 임차인으로부터는 수차례 미팅을 통해 현 시세에 조금 못 미치는 선에서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안 도출 시 임차인의 경우 언제든지 임차인 책임 하에 점포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빠트리지 않았다. 경매를 이유로 저하됐던 영업이 추후 정상화되면 점포 양도 시 발생할 권리금에 대한 기대도 심어주었던 것이 주효했다. 명도협의 시 임차인의 사업자등록 현황, 임대차계약서, 보증금 및 월세 입금 내역 등 점유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모든 서류들을 징구했음은 물론이다.
해를 넘기기 전에 10개 점포 중 9개 점포에 대한 임대차계약이 끝났고, 재계약하지 않은 나머지 1개 점포도 12월 30일에 이주를 마무리함으로써 낙찰 후 2개월, 대금 완납 후 1개월만에 명도가 완료됐다. 앞서 사례로 든 주택보다 2배 이상 짧은 기간 내에 명도가 마무리된 셈이다. 주택이라고 또는 점유자가 적다고 명도가 쉽다거나 명도기간이 짧지만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명도기간은 짧을수록 좋지만 그렇다고 점유자의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고 무조건 명도(인도)집행에 돌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물건 종류, 점유자의 성향, 점유자의 피치 못할 사정, 감내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 등을 십분 고려하고, 가급적이면 집행에 의한 명도보다는 협의에 의한 명도가 최우선이라는 기본 인식이 배여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도 당사자에게 명도협의에 응할 수 있는 명분과 실리를 찾아주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주)이웰에셋(www.e-wellasset.co.kr) 문의: 02-2055-2323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그 전투 중에서도 가장 힘든 전투는 점유자와 벌이는 싸움이다. 다른 권리나 채권자야 그 유형이 딱 정해져 있지만 점유자는 그 유형이 천차만별이라 명도에 대응하는 방법이나 수준 역시 점유자 유형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힘든 싸움이다.
점유자 유형으로는 소유자, 임차인, 유치권자가 주를 이룬다. 분류야 간단하지만 실제 전투에 있어 점유자 유형을 구별 짓는 것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가장 크게는 그 점유자가 주택 점유자이냐 상가 점유자이냐 부터 그 점유자가 배당을 받는 점유자인지 아닌지, 점유자가 점유할 권원이 있는지 없는지, 점유자 수가 많은지 적은지, 점유하고 있는 사람의 연령대 등..그 경우의 수를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다.
혹자는 주택 점유자가 상가 점유자보다 명도(또는 명도협의)하기가 더 쉽고 명도기간도 짧다고 한다. 주택과 상가의 기본적인 인식 차이가 있는 것도 그러려니와 아무래도 상가보다는 주택의 점유관계가 더 명확하고 점유자 성향이 보다 더 온순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영업활동 공간인 상가는 생계를 영위하기 위한 수단인 반면 주택은 삶의 절대적인 터전이라는 한 가지 면만을 보더라도 어느 정도 명도에 대한 저항이 상가보다는 주택에서 더 강하게 나올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섣불리 주택이라고 명도가 간단하고 쉬울 것이라는 예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9월 중순 용인 풍덕천동에 소재한 한 아파트 38평형을 낙찰 받은 적이 있다. 11월 초에 매각대금까지 순조롭게 납부하고 나서 명도협의차 낙찰주택을 방문했으나 문전박대부터 받았다. 소유자가 점유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경매당한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거나!
원만한 명도를 원한다는 취지를 담은 장문의 편지를 문에 밀어 넣고 나서야 점유자를 만날 수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명도협의가 쉽지 않았다. 가급적 2012년을 넘기기 전 12월말까지 입주를 마무리할 심산으로 명도 협의를 추진했으나 이주할 곳 미계약,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니는 아이들 방학, 이주비용 등 갖은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명도시기를 미뤘다.
인도명령을 통해 어렵사리 강제집행 계고장까지 붙이고 왔지만 집행관 일정, 추운 날씨 탓에 집행날짜 잡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협의된 명도기일을 점유자는 매번 어기고 넘겼다. 대금 완납 후 2달을 넘겨서야 간신히 집행날짜를 받고 1월 10일에 명도를 위한 강제집행에 돌입했다.
이때까지도 점유자는 설마 진짜 집행 당할까하고 생각했는지 전혀 이주할 준비가 안 된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였다. 집행관이 들이닥치자 너무 당황했는지 그때서야 딱 열흘만 시간을 주면 진짜 이사를 하겠다고 집행관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통사정을 했다. 집행관과 낙찰자 협의 하에 그러기로 하고 이날 들어간 비용(이사차량, 사다리차량, 집행관 및 노무자 당일 인건비 등 약 100만원)은 점유자가 부담하고 아울러 열흘 후 명도 시 낙찰자에게 어떠한 이사비용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쓴 후에야 집행차 왔던 모든 사람들을 철수시켰다.
열흘 가량을 넘긴 1월 22일에 점유자는 약속한대로 이주를 했다. 낙찰일로부터 4개월, 대금 완납일로부터 약 3개월만에 명도가 마무리된 셈이다. 인도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을 서둘렀으면 더 짧게 명도를 완료할 수 있었지만 주택 성격상 가급적 강제집행보다는 협의에 의한 명도가 더 보기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명도협의를 끝까지 진행했던 터라 명도 완료 시까지의 시일이 다소 흘렀다.
이번엔 지난해 10월말에 낙찰된 상가건물 명도사례를 들어보자. 안양시 안양동에 소재한 이 건물은 지하1층, 지상4층 상가건물로 일부 공실을 제외하고 모두 10개 점포(커피숍, 미용실, 부동산, 약국, 당구장, 학원 등)가 영업하고 있고, 준공연한 30년이 지나 상당히 낙후된 건물이다. 낙찰 후 한달만인 11월말에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명도협의에 돌입했다.
상가 명도협의야 주택과 달리 이주보다는 재계약을 우선하기 때문에 재계약 시의 임대가가 문제였다. 특히 해당 물건은 입지나 규모가 그 지역 일대에서 최고라고 평가됐음에도 오랫동안 임대가 조정을 거치지 않아 대부분 시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임대가를 유지해왔던 터라 현 시세와 기존 임대가 격차가 너무 컸다.
재계약 협상 시 예상대로 임차인들의 저항이 거셌다. 임대가 뿐만 아니라 노후된 건물의 문제점을 들고 나와 개보수를 요구하는 임차인도 적지 않았다. 일단 낙찰자로부터 영업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물을 말끔하게 개보수 할 것과 2년 이내에는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양보를 얻어냈고, 임차인으로부터는 수차례 미팅을 통해 현 시세에 조금 못 미치는 선에서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안 도출 시 임차인의 경우 언제든지 임차인 책임 하에 점포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빠트리지 않았다. 경매를 이유로 저하됐던 영업이 추후 정상화되면 점포 양도 시 발생할 권리금에 대한 기대도 심어주었던 것이 주효했다. 명도협의 시 임차인의 사업자등록 현황, 임대차계약서, 보증금 및 월세 입금 내역 등 점유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모든 서류들을 징구했음은 물론이다.
해를 넘기기 전에 10개 점포 중 9개 점포에 대한 임대차계약이 끝났고, 재계약하지 않은 나머지 1개 점포도 12월 30일에 이주를 마무리함으로써 낙찰 후 2개월, 대금 완납 후 1개월만에 명도가 완료됐다. 앞서 사례로 든 주택보다 2배 이상 짧은 기간 내에 명도가 마무리된 셈이다. 주택이라고 또는 점유자가 적다고 명도가 쉽다거나 명도기간이 짧지만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명도기간은 짧을수록 좋지만 그렇다고 점유자의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고 무조건 명도(인도)집행에 돌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물건 종류, 점유자의 성향, 점유자의 피치 못할 사정, 감내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 등을 십분 고려하고, 가급적이면 집행에 의한 명도보다는 협의에 의한 명도가 최우선이라는 기본 인식이 배여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도 당사자에게 명도협의에 응할 수 있는 명분과 실리를 찾아주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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