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지금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팀장들 간 감정 등이 얽혀 소통과 협력이 안 됩니다. 직속 상사인 제가 중재하기도 어렵고 난감한 상황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모 기업 임원의 애로사항이다. 실제 상황은 이렇다.

업무 커리어에 있어 전혀 다른 성격의 타 부서에서 스카우트 개념으로 전입 와서 팀 업무에 다소 생소한 A팀장과 그 업무를 오래하고 팀장까지 했는데 현재는 같은 임원 산하 다른 업무를 하는 B팀장의 사례이다. 문제는 A팀장이 업무상 이슈를 제시하고 토론할 때 마다 B팀장이 기존 업무의 기준과 관행을 제시하며 토의 분위기를 어둡게 한다. 이로 인해 그 두 사람은 감정이 서로 상해 있다는 것이다.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 리더로서 임원과 팀장에게 각각 어떤 변화가 요구될까? 그들이 조직이라는 공동체를 위해 권리와 의무 중 무엇을 먼저 고려해야 할까? 임원은 궁극적으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가? 등 생각해 볼 것이 많다.

우선 임원이 생각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다. 첫째는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A, B팀장 간 진정한 화해를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다. 둘째는 둘 다 책임을 물어 강력히 경고를 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것이 안 되면 결국 둘 다 업무를 바꾸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A, B팀장 중 한명을 선택하고 한명은 타 부서로 조치하는 것이다.

이 과정엔 리더로서 단호함과 부드러움이 필요하다. 당신은 조직의 리더로서 단호함과 부드러움의 비중이 어떤가? 평소 한쪽에만 치우치지는 않은가? 물론 이슈와 관련자들의 개인적 특성, 해결해야 하는 시기 등 상황에 따라 비중이 다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떠오르는 키워드가 ‘알렉산더 대왕과 고르디우스 매듭’ 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움을 점령하고 시의 신전을 찾았다. 그런데 신을 모시는 곳의 손잡이에는 아무나 풀 수 없는 복잡한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이는 그 옛날 현자로 이름이 높던 고르디우스가 맨 것으로 이것을 푸는 자만이 아시아의 왕이 될 것이라는 신탁이 들어 있었다. 이 때 알렉산더 대왕은 이 매듭을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칼을 뽑아 매듭을 잘라 버렸다. 그리고 ‘나야말로 아시아의 왕이로다.’ 라고 외쳤다. 이런 것이 단호함의 예이다. 동양의 쾌도난마(快刀亂麻)와 같은 맥락이다.

당사자인 A, B팀장 입장에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애담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에 나오는 이야기다. 누구나 마음속에 공정한 관찰자가 있다. 나의 행동이 옳은지 공정하게 알려주는 가상의 인물이다. 공정한 관찰자 덕분에 우리는 한걸음 물러서서 자신과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게 된다.

1759년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을 집필하면서 모르는 사람 수만 명이 죽었다는 사실보다 내 새끼손가락 하나가 없어진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남의 커다란 불행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픈 법이다. 내 손톱 밑에 가시와 상대방의 커다란 상처를 공정한 관찰자로 볼 수 있다면 자신의 감정도 달라 질 것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실천하는데 필요한 것이 바로 용기이다.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은 이렇게 말했다. “리더는 지위나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나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 잠재력에 기회를 주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는 리더들과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의 원활한 운영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제시한 행동이나 문화를 10가지로 정리했다. 리더들이 조직 운영에 있어 알아두면 유익하고, 우리 상황에도 시사점이 있어 그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리더로서 냉정한 대화를 기피하는 경향을 띤다. 예컨대 수동적이면서도 공격적인 행동, 면전에서는 긍정하고 뒤에서는 부정하는 더러운 긍정(dirty yes)이 조직 내에 만연한다.▪관계와 공감의 결여로 인해 조직원 간의 신뢰가 줄어든다.▪대다수의 조직원이 수치심에 사로잡힐 때 남 탓을 한다.▪조직원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고 적극적인 대화를 하지 않는다.▪무엇인가 잘못되면 개인과 조직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무모하게 성급한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완벽주의와 두려움이 팽배한 까닭에 조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하지 못한다.

진정한 리더라면 이러한 조직 운영의 방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한편 발생하였다면 해결할 수 있는 용기가 요구 된다. 브레네 브라운에 따르면 용기는 학습되고 관찰되며 측정되는 네 가지 능력의 결합체다. 그 능력은 1.자신의 취약성을 기꺼이 진심으로 인정한다. 2.가치관에 따라 살아간다. 3.대담하게 신뢰한다. 4.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모든 리더에게는 리더로서 성장과정에서 이러한 능력을 길렀다고 생각한다. 이제 용기를 막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때이다.

조직의 리더는 다양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구성원과 함께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그들의 성장과 행복을 느끼도록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을 진정성 있게 대하면서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어떻게 단호함을 조화롭게 할 것인가? 지금 필요한 리더의 용기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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