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나는 CEO의 전략적 파트너인가?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CEO는 임원들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까?” 얼마 전 임원으로 승진한 A상무에게 질문을 했다. 그는 오히려 "어떻게 CEO를 보좌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임원 승진 전까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만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니 CEO의 고민이 너무 커 보여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신 있게 업무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특히 임원이 되면 직원들과 달리 정년 대신 임기가 주어지고,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재 선임되지 않으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온다. 사람에 따라서는 재연장이 되고 승진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그것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임원은 자신에게 맡겨진 부문의 목표 달성뿐만 아니라 자신의 업무가 아니더라도 회사 전체 차원에서 CEO의 고민을 동반자 또는 스텝의 차원에서 함께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CEO와 임원은 <경영자팀>으로서 한배를 탔다고 생각하고 공동체적 관점과 실천이 요구된다.

우선 임원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탁월한 성과와 더불어 회사 전체의 전략과 CEO의 경영철학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파악하고 자신의 부분에서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회사 내 대부분의 업무는 상호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래와 전체를 보는 관점이 필요하고 이 미래와 전체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좌표를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가 좌표를 통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산(山)으로 비유하자면 조직의 규모와 마켓 쉐어의 비중에 따라 산의 높이가 다를 순 있지만, CEO는 산의 정상에서 360도 전체를 봐야하고 또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에 반해 임원은 직책에 따라 산의 7부 능선에서 9부 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따라서 자기가 올라온 궤도의 반대쪽을 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 현실이다. 이에 자신이 경험한 궤도만이 절대 선(善)처럼 강조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CEO의 파트너로서 임원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의 전문성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 특히 CEO의 전문성과 다른 분야의 정책과 이의 실행으로 보완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사내외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산의 다른 편 상황도 파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존중해 줘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전문성 분야에 방향성을 제시할 때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다른 분야의 정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업무 경험이 요구되고 있다.

리더십 전문가인 백기복 교수는 CEO가 되기 위한 경험학습(Experiential learning)을 강조하고 있다. 훌륭한 의사란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느냐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환자를 직접 치료한 경험이 있느냐에 결정된다. 나는 임원으로서 어떤 경험학습을 시도라고 있는가? 자문해 봐야 한다.

▪회사를 둘러싼 환경변화와 전략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새로운 방향을 정하여 책임 있게 수행한 경험이 있는가?
▪전임자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떠 넘겨진 난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있는가?
▪회사가 어려워져 사업부 폐쇄나 구조조정 등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가?
▪CEO가 주목하고 성패에 따른 책임이 걸려있으며 데드라인이 급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가?
▪조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얻어 성공한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가?
▪능력이 없거나 경험이 없거나 매사에 저항적인 직원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가? 등이다.

한편, CEO에 입장에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주요 임원에게 CEO의 역할을 순환해 맡겨보는 과감한 시도를 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을 대신해서 주요회의를 주재하게 하거나, 회사를 대표해서 대외 활동을 하게 하면, 그 때 그 역할을 맡은 임원은 스스로 회사 전체 차원에서 생각하게 되고 CEO의 관점에서 행동하게 된다. 그려면 CEO와 임원은 현안 이슈나 과제에 공통의 대화 통해서 솔류션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CEO가 자신의 전문분야만 강조하고 보려 한다면 이것은 자신의 임무를 해태하는 것이다.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현 상황과 미래를 위해 자신이 집중할 업무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업무는 임원에게 과감한 권한 위임과 자율성을 주고 그 결과에 대해 전문가 그룹의 평가를 받도록 한다. CEO가 너무 바쁘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시간에 쫒겨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CEO와 임원은 <경영자팀>으로 한 팀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하며, 에너지와 관점을 재충전하는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 나는 <경영자팀>으로 어떤 믿음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 내가 실천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그것이 회사를 지속 성장하게 하는 비결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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